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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장

그러고 보니 자전거를 타본 지도 꽤 오랜만이었다. “자전거 탈래.” 나는 길 옆에 있는 무인 자전거 대여 지점을 가리켰다. 강시준은 그쪽으로 다가가려는 나를 잡아세우며 말했다. “넌 술 마셔서 타면 안 돼.” “요즘은 자전거도 음주 잡아?”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당연하지. 게다가….” 강시준은 부드럽게 내 팔목을 잡으며 말했다. “술 마시고 자전거 타는 건 위험한 행동이야.” 강지훈에 비해 너무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자상한 매너남이라는 타이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 강시준이었다. 나는 웃으며 장난치듯 말했다. “오빠가 있잖아.” “타고 싶으면 나중에 같이 타. 하지만 오늘은 안 돼. 내가 데려다줄 테니 얌전히 뒤에 앉아 있어.” 말을 마친 그는 나를 이끌고 대여 지점으로 갔다. 결제를 마치고 자전거에 오른 그가 웃으며 말했다. “떨어지지 않게 꽉 잡아.” 나는 그의 옷깃을 잡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소년, 그것은 강시준이 나에게 남겨준 추억이었다. 바이크만 고집하던 강지훈과는 확연히 달랐다. 친형제지만 둘은 성격부터 완전히 달랐다. 강시준이 자상하고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강지훈은 야성미 넘치고 이기주의였다. “기분이 별로 안 좋아 보이네.” 강시준이 말했다. “아니야. 좋아.” 나는 억지로 웃으며 답했다. “아직도 지훈이 포기 못 하겠어?” 강시준이 또 물었다. 나는 코웃음치며 그의 어깨를 살짝 밀쳤다. “아니거든? 진작에 내려놨거든? 오늘 이후로 나랑은 상관없는 사람이야. 각자 갈 길을 갈 거라고.” 그 뒤로 강시준은 말없이 자전거 페달만 밟았다. “나 호텔로 데려다 줘. 내일 일해야 해.” 내 말에 강시준이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 나를 불렀다. “나은아.” 내가 대답하려는데 곧이어 애절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지훈이는 되고 난 안 되는 거야? 왜 넌 지훈이만 보고 나는 안 봐주는 걸까?” 나는 저도 모르게 가슴이 철렁하며 그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주었다. 사실 바보가 아닌 이상 그가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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