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5장

윤서아를 완전히 단념시키기 위해 한마디 했다. “나는 돈을 좋아해. 돈이 없으면 하늘의 신이 와도 소용없어.” 말이 막 끝나는 순간 진형우가 들어왔다. 들은 것 같다. 나도 피하지 않았다. 그와는 불가능하다. 들어도 상관없다. 단념할 수 있으니 말이다. 나도 그리 멍청한 사람은 아니다. 의도치 않게 스킨십을 했고 오늘 나에게 약을 뿌려주는 사소한 행동들에 이 남자가 나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언니, 너무 얄팍해요. 너무 얄팍해.” 윤서아가 분통을 터뜨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형우도 보지 않았다. 윤서아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힐끗 보더니 한마디 했다. “고 비서네?” 고진영?! “네, 있어요. 놀이동산 A 구역에 있어요. 고 비서님 무슨 일 있으세요... 그러면 여기로 오세요.” 윤서아가 전화를 끊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고 비서가 언니를 찾아요.” 고진영이 나를 찾는다고?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설마 또 강지훈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오늘 오전 강지훈에게 귀찮게 굴지 말라고 했다. 그러니 이렇게 빨리 고 비서를 시켜 나를 찾으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곧 고진영이 다가왔다. 손에는 도시락이 들려있었다. “한 비서님, 강 사모님이 보내신 녹두탕입니다. 열을 내릴 수 있어요.” 미연 이모가 보낸 거라고?! 나에게 연락한 적도 없다. 내가 열이 나는 것을 알 리가 없다. 그렇다면 강지훈이 그녀에게 말한 것이다. 강지훈이 보낸 것이면 고진영보고 바로 가져가라고 했겠지만 미연 이모가 보낸 것은 쉽게 그럴 수가 없다. “그래요. 수고하셨습니다.” 나는 녹두탕을 건네받았다. 하지만 고진영은 바로 가지 않았다. 나에게 할 말이 있는 듯했다. 나를 성화별장에 데려간 일로 자책하고 있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고 비서님,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한 비서님, 저는...” “고 비서님과 상관없어요. 굳이 그렇게 자책하면 본인만 힘들어요.” 내가 분명하게 말하자 고진영도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한마디만 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