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4장

약이란 역시 바로 효과를 보는 것이다. 뿌린 후 입안의 얼얼함이 많이 사라졌다. 점심을 먹을 때 물을 마셔도 그렇게 고통스럽지 않았다. 하지만 음식에는 소금과 조미료가 포함되어 있어 자극이 있으면 조금은 아팠다. “언니, 죽 먹어요. 반찬은 토마토 계란 볶음이나 채소 같은 거 먹고요.” 윤서아가 나를 챙겼다. 그녀가 육식주의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도 한마디 했다. “나는 죽만 먹을 테니 음식은 네가 좋아하는 것으로 주문해.” 윤서아가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할 때 진형우가 다가왔다. “점심때 밥 좀 얻어먹어도 될까요?” 그처럼 터프한 남자에게 밥을 얻어먹겠다는 부드러운 말은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거절하려고 했다. 그가 약을 뿌린 것 때문에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왠지 어색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내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윤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형우 씨는 어떤 음식을 좋아해요?” “저...” 진형우가 나를 보며 말했다. “한 매니저와 같이 죽을 먹을게요.” 윤서아가 눈을 부릅떴다. “죽만 먹는다고요? 반찬은 안 먹어요? “담백한 것이면 돼요. 소금간이 덜 되고 기름기 없는 음식으로요.” 진형우는 입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도 요즘 물을 많이 안 마셔서요.” 이것은 진실이다. “진형우 씨도 속에 열이 많이 나나 보네요.” 윤서아는 한 마디 감탄을 내뱉었다. 그리고 혼자 중얼거렸다. “나만 괜찮은 것 같네. 너무 한가했던 거 아니야?” 결국 우리 셋 모두 죽을 먹었다. 그리고 야채와 당면을 주문했다. “진형우 씨, 반찬이 좀 부족하지 않아요? 먹을 것이 부족하면 안 될 텐데.” 주문을 마친 윤서아는 다시 진형우에게 물었다. “이것이면 돼요.” 진형우는 단답형으로 대답했다. 요 며칠 우리는 함께 일하고 있다. 진형우는 묵묵히 일만 할 뿐 말은 거의 하지 않는다. “언니, 반찬 두 개 더 추가할까요? 진형우 씨의 체격을 보면 절대 적게 먹는 사람 같지 않아요.” 윤서아가 또 나에게 물었다. 원래부터 입이 불편한 나는 말하기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