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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장

강시후는 내가 주먹을 휘두를 줄 모른 듯했다. 주먹에 직방으로 맞자 코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는 잠깐 멈칫하다가 미친 듯이 나를 때리려고 했다. 몸이 약했던 나는 당연히 당해내지 못했다. 강시후는 사악하게 웃으면서 나를 죽일 기세로 때렸다. “아까 기세는 어디 갔어? 살인범이 정신 못 차리고 사람을 때려? 콩밥이 그리워지기라도 한 거야? 너 같은 새끼를 낳은 어미는 살 자격 없어! 확 죽어버려야지!” 나는 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 온몸이 부서질 것같이 아팠다. 하지만 강시후가 어머니를 저주하는 걸 들으니 이를 갈게 되었다. 나도 어디에서 온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휘청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나는 병실 유리를 깨부쉈다. 그리고 떨어진 유리 조각을 들고 강시후의 팔을 찔렀다. “닥쳐!” 강시후는 아픈 듯 인상을 썼다. 그는 팔을 감싸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도준, 너 미쳤어? 네가 감히 내 몸에 상처를 내?” 피는 손을 타고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나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그를 향해 걸어갔다. “나한테는 뭐라고 해도 상관없어. 근데 내 어머니를 건드리는 건 못 참아!” 진짜 겁먹은 강시후는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목은 여전히 꼿꼿하게 쳐들었다. “내가 박시아한테 알려주면 어떻게 될 것 같아? 날 한 번이라도 더 건드리면...” 나는 강시후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주먹을 휘둘렀다. 그가 쓰러진 다음에는 위에 올라타 유리 조각을 휘둘렀다. 내가 충동적으로 행동할까 봐 그런지 강시후는 꼼짝 못 하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차갑게 말했다. “죽고 싶으면 다시 찾아 와. 다음에는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으니까.” 말을 마친 나는 몸을 돌려서 떠났다. 코너를 돈 다음에는 힘을 잃고 턱 쓰러졌다. 유리 조각을 잡고 있던 손을 펴자 뼈가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가 보였다. 의사는 수술 동의서에 사인받기 위해 나를 찾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본 의사는 깜짝 놀라며 상처를 처치하러 가자고 했다. 나는 당장이라도 잠들 것 같았다. 나는 마지막 힘으로 동의서에 사인했다. “제 어머니한테 말하지 마세요. 안심하고 수술받을 수 있게 해주세요.” 말을 마친 나는 정신을 잃었다. 다시 일어났을 때는 목이 칼에 베인 것처럼 아팠다. 물 한 잔 마시고 나니 훨씬 살 것 같았다. 마침 안으로 들어온 간호사는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빨리 가서 병원비 납부하세요.” 말을 마친 그녀는 괴물이라도 본 것처럼 병실에서 나갔다. 이런 시선이라면 진작 익숙해졌기에, 나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금방 출소한 나는 아직 민머리 상태였다. 다들 내 정체를 어느 정도 눈치챘을 것이다. 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친절하던 간호사가 갑자기 이상해진 건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혹시 내가 강시후랑 싸운 일 때문인가?’ 나는 핸드폰을 들고 병원비를 내러 갔다. 그 새로 핸드폰을 확인하자 공기조차 싸늘하게 식게 하는 것을 보고 말았다. 간호사의 돌변한 태도도 이제 이해가 되었다. [살인범 출소] [이현태를 죽인 이도준] [살인범은 살아 있을 자격이 없다] 나는 눈을 감았다. 누가 벌인 짓인지는 너무 잘 알 것 같았다. 강시후가 맞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박시아가 분풀이를 한 것이었다. 내 마음은 아주 태연했다. 박시아가 갖은 수를 썼는데도 내가 5년 만에 출소한 이유는 이현태를 죽였다는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유언도 나에게 도덕적 비판만 할 수 있었다. 법적으로 나에게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박시아의 사랑은 너무나도 맹목적이었다. 기사로만 모든 것을 접하는 사람들도 진상은 알지 못했다. 내가 기절한 사이 어머니는 이미 수술을 시작했다. 나는 쩔뚝거리면서 병원비를 내고 나서 수술실 밖에서 기다렸다. 나는 어머니가 무사할 수 있도록 기도했다. 잠시 후 수술실 조명이 꺼졌다. 나의 심장은 세차게 뛰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병실로 돌아갔다. 수술은 아주 성공적이라고 했다. 나도 드디어 시름을 놓을 수 있었다. 의사는 나에게 주의 사항을 전했다. 다시 병실에 돌아갔을 때 나는 익숙한 사람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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