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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머리를 누르고 있던 힘이 갑자기 사라졌다. 나는 수면 위로 올라와서 크게 호흡했다. 하지만 금방 다시 물 아래로 밀려들어 갔다. 이런 식으로 반복하며 30분이 지났다. 나는 결국 버티지 못하고 정신을 잃고 말았다.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눈앞이 캄캄한 것이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았다. 이때 나의 머릿속에 어머니의 얼굴이 떠올랐다. 나는 이를 악물고 버텨내려고 했다. 눈을 뜨니 박시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돈도 안 받고 꺼져주는 줄 알았네.” 나는 몸을 일으키면서 손을 뻗었다. “돈은?” 박시아는 은행카드를 꺼내서 내 얼굴에 던졌다. “여기 9000만 원이야.” 그녀는 또 지갑에서 현금 한 다발 꺼내 바닥에 내던졌다. 현금은 흩날리면서 내 몸에 떨어졌다. 박시아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남은 1000만 원은 알아서 주워 가. 바람에 날려가도 난 모른다?” 강시후는 박시아의 곁에 앉아 있었다. 그는 그녀의 허리를 감싸며 비웃었다. “대표님 너무 해요.” “너보다 더 하겠어?” “제가 뭘요. 저는 다 대표님이 안타까워서 그러죠.” 나는 두 사람을 완전히 무시하고 바닥에 꿇어앉아 돈을 줍기 시작했다. 마지막 한 장은 강시후의 뒤에 있었다. 뒤로 가서 돈을 줍던 나는 마침 강시후의 왼쪽 귀 뒤에 있는 점을 봤다. 나는 제자리에 멈춰 서서 그를 바라봤다. 이현태의 귀에도 똑같은 점이 있다. 얼굴이 똑같이 생긴 건 우연이라고 할 수 있지만, 점까지 똑같은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이때 나는 강시후와 이현태의 키가 비슷하다는 것이 떠올랐다. 이것까지 우연이라는 게 정말 말이 되는가? 의혹이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나는 일단 궁금증을 억누르고 돈을 챙겨서 떠났다. 어머니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던 나는 병원에 가기 전 옷부터 갈아입었다. 그리고 돈을 들고 병원비를 납부했다. 나는 수술 일정까지 정한 다음에야 어머니에게 좋은 소식을 알렸다. 어머니는 나의 손을 잡으면서 걱정해 줬다. “너 혹시 사채 썼니? 그 큰돈이 어디서 났어.” “친구한테 빌린 거예요. 저도 사채 쓸 정도로 멍청하지는 않아요.” 나는 어머니의 팔을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어머니는 안심하고 수술받아요. 제가 어머니 생각보다는 훨씬 유능하니까요.” “알겠어. 난 항상 우리 아들 믿고 있었어.” 어머니가 잠든 다음 나는 따듯한 물을 받아놓았다. 돌아와서는 침대 곁에 국화꽃이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위에는 더 잔인한 문구가 있었다. [지옥에 떨어져라!] 화가 난 나는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나는 어머니가 깨기 전에 모든 물건을 다 버렸다. 병실 밖에 있던 강시후는 뻔뻔하게 말했다. “왜, 화났어? 내 선물 마음에 안 들어?” 나는 화를 참지 못하고 거칠게 숨을 쉬었다. 강시후의 멱살을 잡은 나는 그를 벽으로 밀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강시후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짓이긴. 살인범을 응징하는 중이지. 아프면 처죽어야지 왜 치료해? 어머니를 걱정한다면 호흡기를 뽑아. 빨리 죽고 다시 태어나는 게 좋지 않겠어? 부잣집에서 태어나면 너랑 같이 꼴값 떨 일도 없잖아.” 그는 인간으로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주저 없이 내뱉었다.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주먹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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