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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장

나는 제자리에 멈춰 서서 더 이상 앞으로 가지 않았다. 마음속에는 약간의 희망이 피어올랐다. 박시아는 병실 창문을 통해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비서는 그녀의 곁에 서 있었다. “아주머니가 이렇게 아픈 줄은 몰랐네.” 마음이 약해진 나는 안에 들어가도 된다고 말하려고 했다. “흥.” 핸드폰을 확인한 박시아는 갑자기 콧방귀를 뀌었다. “속이 다 후련해. 이게 현태를 괴롭힌 대가지. 살아 있는 것만으로 감사히 생각해야 해.” 나의 발은 뿌리를 내린 것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마음이 약해진 내가 지금처럼 우습게 느껴진 적도 없었다. 그렇다. 박시아는 나를 증오했다. 약간의 관심이 있었다고 해도 지난 세월 동안 사라졌을 것이다. 박시아는 병실에 들어가지도 않고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떠났다. 나는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후 병실에 들어갔다. 어머니의 평온한 얼굴을 보며 다시 한번 투지가 불타올랐다. 수술의 가장 큰 고비는 넘겼지만, 앞으로도 많은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치료비만 해도 만만치 않았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오직 어머니를 위해서라도 나는 버텨야 했다. 이때 핸드폰이 몇 번 진동했다. 전화를 받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준아, 지금 시간 좀 낼 수 있어?” 김아진의 목소리였다. 김아진은 박시아의 라이벌이자, 당시 나를 믿어준 몇 안 되는 사람 중 한 명이었다. 마침 나도 그녀와 할 이야기가 있었기에 우리는 병원 근처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10분쯤 기다리니, 김아진이 도착했다. 나를 발견한 그녀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약간 놀란 듯 말했다. “너... 이도준 맞지? 왜 이렇게 수척해졌어?”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꾹 다물었다. 강시후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사실 오늘 일 얘기 하려고 온 거야. 네가 감옥에 갔을 때...” 김아진은 말하다가 갑자기 멈췄다. 그녀는 내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신중하게 단어를 고르는 듯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괜찮아, 그냥 말해도 돼. 나는 이제 그런 거 신경 안 써.” 김아진은 안도의 숨을 쉬고 말을 이었다. “어쨌든, 나는 네가 우리 회사 프로젝트의 책임자가 됐으면 좋겠어. 급여는 네가 원하는 대로 정하면 돼.” 이 말을 듣자 나는 만감이 교차했다. 내 전과는 평생의 오점이다. 좋은 일자리를 찾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김아진은 내 상황을 알고도 이런 기회를 줬다. 아마 나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고개를 흔들며 거절했다. 나는 돈을 빨리 벌어야 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협력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아진아, 나는 내 힘으로 해내고 싶어. 만약 날 믿어준다면, 우리 협력해서 일해보는 게 어때?” 김아진은 잠시 놀라더니, 곧 미소를 지으며 응원의 눈빛을 보냈다. “좋아, 도준아. 나는 널 믿어.” 이때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박시아가 어느새 내 앞에 서 있었다. 그 옆에는 냉소적인 표정으로 우리를 보고 있던 강시후가 있었다. 내가 어리둥절해 있을 때, 김아진이 먼저 말했다. “우리 박 대표 참 발도 넓어? 우리가 하는 일까지 너한테 보고해야 해?” 박시아는 김아진을 무시하고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마치 나를 꿰뚫어 보려는 듯한 눈빛이었다. “이도준 너 진짜 한심하다. 돈만 주면 뭐든 할 수 있나 보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박시아, 우리는 일 얘기를 하고 있었어. 멋대로 왜곡하지 마.” 박시아는 냉소를 띠며 더욱 화가 난 듯했다. 그녀의 감정은 점점 격해지고 있었다. “일 얘기? 너희는 침대에서도 일 얘기를 하나 봐? 살인범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어? 변명도 제대로 해야 믿지.” 강시후도 비웃으며 말했다. “그만큼 간절했겠죠. 저런 사람 우린 이미 잘 알고 있잖아요, 대표님.” 나는 화가 치밀어 몸이 떨렸지만 애써 평정심을 유지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아진이 나와 함께 모욕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네 더러운 눈으로는 모든 게 더러워 보일 거야. 아진아, 가자. 이런 사람은 상종할 필요 없어.” 우리는 자리를 떠나려 했다. 하지만 박시아가 나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듯 팔을 붙잡았다. 강시후는 이를 악물며 독기가 서린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더니, 테이블 위에 남아 있던 커피를 들고 내 머리 위에 들이부었다. 끈적한 커피가 머리카락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얀 셔츠에는 커다란 갈색 얼룩이 퍼졌다. 거울을 보지 않아도 내 모습이 얼마나 초라한지 짐작할 수 있었다. 박시아는 내 팔을 급히 놓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비난하기 시작했다. “누가 떠나도 된다고 했지? 벌써 여자랑 자고 싶어서 안달 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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