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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알아.” 박시아는 여전히 강시후를 믿었다.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위로까지 했다. “네가 얼마나 착한 사람인지, 내가 제일 잘 알아. 괜찮아, 널 탓 하는 일은 없을 거야.” 강시후는 잔뜩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대표님밖에 없어요. 저녁에 제대로 보답해 드릴게요.” 마지막 말에는 야릇한 암시가 있었다. 그는 도발적으로 웃으며 나를 바라보기도 했다. 나는 마치 제삼자처럼 덩그러니 서 있었다. 도무지 못 봐줄 꼴이라 눈을 꾹 감으면서 말이다. 잠시 후 다시 눈을 뜬 나는 찾아온 목적부터 밝혔다. “1억 원만 빌려줘. 이번 한 번만 도와주면 돈을 배로 갚아 줄게.” “배로 갚아?” 박시아는 웃긴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금방 출소한 살인범이 무슨 수로 돈을 갚아? 나 더러운 사람이랑은 안 엮일래.” 심장은 바늘에 찔린 것처럼 아팠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굴한 말투로 부탁했다. “제발 부탁이야. 나 이 돈 꼭 필요해. 돈만 빌려준다면 뭐든 다 할게.” 박시아는 이제야 흥미가 생긴 듯 나의 턱을 올렸다. “그래? 성의를 봐서 기회 정도는 줄 수 있어.” 박시아는 나를 데리고 유강그룹 꼭대기 층의 노천 수영장으로 갔다. 그녀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여기에 30분 동안 있으면 돈 빌려줄게. 아니, 1억 그냥 줄게. 어때?” 나는 잔잔한 수면을 바라봤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폭풍우가 이는 것 같았다. 나는 물을 무서워했다. 그래서 지금껏 수영도 한 적 없다. 그건 박시아도 당연히 알고 있었다. 알면서 나를 괴롭히는 것이었다. 이제 와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 나는 웃겼다. 박시아는 나를 감옥에 보낸 장본인이 아닌가? 나는 자칫 감옥에서 죽을 뻔했다. 그러니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나는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수영장 안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물이 피부에 닿자 몸은 덜덜 떨렸다. 나는 애써 추위를 참고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어릴 적 따돌림당하던 장면은 밀물처럼 밀려왔다. 나의 안색도 점점 창백해졌다. 귀가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번뜩이는 물가에는 부둥켜안고 피식대는 박시아와 강시후가 보였다. 두 사람의 웃음소리는 물소리와 함께 귀에 박혔다. 나의 몸은 아주 허약했다. 가을의 날씨에 찬물에 빠져 있자니 곧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강시후는 자세를 숙이고 나를 바라보며 비웃었다. “아직 5분도 안 지났어. 벌써 못 버티는 거야?” 나는 공허한 눈빛으로 수면을 바라봤다. 공포와 투쟁하느라 강시후의 말에 신경 쓸 정신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말이 없는 것을 보고 강시후는 화가 난 듯 박시아에게 말했다. “대표님, 이렇게 쉽게 양보할 수는 없어요. 1억 원이 얼마나 귀한지 똑똑히 느끼게 해야죠.” 나는 고개를 홱 돌려서 박시아를 바라봤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넌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 난 네 말을 들을게.” 강시후는 교활한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 나의 머리를 잡은 그는 있는 힘껏 아래로 눌렀다. 물은 코와 눈을 가렸다. 나는 벗어나려고 버둥거렸지만 강시후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내가 거의 익사할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강시후는 손을 놓지 않았다. 호흡은 이미 흐트러졌다. 어릴 적 죽을 뻔했던 기억이 서서히 떠올랐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박시아를 바라보며 도움을 구했다. “제발 멈춰!” 힘들게 한 말이었다. 그러나 박시아는 나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와인잔이나 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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