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장
속으로 나는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무표정하게 장수호를 바라보았다.
내가 힘들 때는 외면했으면서 이제 와서 내가 성공하니 나에게 잘 보이려는 모습이 우스웠다.
우리 회사에 이런 사람은 필요 없다.
나는 일부러 아쉬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하지만 우리 팀은 이미 다 찼어. 더 이상 사람을 뽑지 않을 것 같아.”
내 말을 들은 장수호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이도준, 그래도 내가 로엘 그룹이 아직 어려움을 겪기 전 너를 많이 도와줬잖아. 이렇게 의리 없이 굴 거야?”
“너를 친구로 생각했던 내가 바보였지. 너 정말 이런 사람이었어?”
농담이라도 들은 듯 나는 피식 냉소했다.
“친구? 넌 내 현재 위치가 좋아서 다시 찾아온 거지 진짜로 나를 친구로 여긴 게 아니라.”
“어려웠을 때, 진심으로 너한테 우리와 함께 하자고 했을 때 네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 안 나? 어디 이제 와서 네 사업이 실패하니까 나한테 도덕적인 책임을 강요하고 있어?”
나는 더 이상 감정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장수호, 알아서 잘 살아라.”
더는 말할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나는 그를 두고 곧바로 회사를 향해 떠났다.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핸드폰이 울렸다.
낯선 번호가 화면에 떠 있어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누구신가요?”
전화기 너머에서 부드러운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구윤오입니다. 전에 만찬에서 뵈었죠.”
“구윤오 씨군요.”
나는 인사한 후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근데 무슨 일로 전화를 주셨나요?”
그는 잠시 말을 더듬더니 마침내 다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에 전화를 드린 이유는 시아와의 약혼에 대해 여쭤보려는 겁니다.”
그의 말을 듣고 곧 상황을 이해한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저와 시아는 이미 5년 전에 이혼했습니다.”
그러자 구윤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은 제가 시아를 진심으로 좋아합니다. 혹시 아직도 시아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으신가요? 만약...”
하지만 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내가 말을 끊었다.
“걱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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