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6장

이현태가 살아 있다는 건 5년 전의 자살 사건이 자작극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나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도, 로엘그룹이 파산한 것도, 내가 5년이나 복역한 것도, 어머니가 위암에 걸린 것도... 전부 억울한 일이 된다.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이현태를 죽이고 싶었다. 마음 같아서 그의 시체도 갈기갈기 찢고 싶었다. 나의 분노를 느꼈는지 이현태는 겁을 먹고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금방 경멸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이현태라니, 난 강시후야.” 그는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피식 웃었다. “이현태랑 닮긴 닮았지. 자살한 연예인 놈으로 몇 번 오해 받은 적 있어. 닮지 않았으면 내가 어떻게 박 대표님 눈에 들어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겠어.” 그의 말을 듣고 나는 천천히 진정했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그의 얼굴에서 돌릴 수 없었다. 닮았다. 너무 닮았다. 난 도플갱어 같은 걸 믿지 않았다. 하지만 이현태는 확실히 죽었다. 그러니 내 눈앞의 사람은 이현태일 리가 없었다. 박시아가 그를 곁에 둔 이유는 대용품 취급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정말 이현태와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 진정하다가 자리에 앉았다. 내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강시후는 불만이 있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내가 앉아 있는 의자를 발로 차며 말했다. “야, 나 목말라. 가서 물 좀 떠와.” 이곳은 유강그룹의 영역이다. 나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난 여기 직원이 아니야. 나한테 시킬 일은 아닌 것 같은데?” “범죄자 주제에 어디서 말대꾸야? 날 만난 것만으로도 영광인 줄 알아.” 강시후는 나를 노려보면서 계속 비꼬았다. “살인범이 건드린 적 있는 물건, 나도 찝찝하거든? 도대체 누가 널 들여보낸 거야? 우리 사무실 공기가 탁해졌잖아!”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직시했다. 분노의 불꽃은 이미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쯧. 왜, 불만 있어? 너 같은 사람한테는 5년도 모자라.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해! 이 살인자 새끼야!” 나의 신경을 거스르는 말투성이였다. 감옥에서 겪었던 일은 머릿속에서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도무지 분노를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강시후의 목을 잡고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다시 한번 말해봐.” 강시후의 눈빛에 교활함이 스쳐 지나갔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누군가 나를 팍 밀쳤다. 중심을 잡지 못한 나는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뼈가 바닥에 그대로 부딪힌 탓에 하도 아파서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위에서는 박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도준,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감히 내 회사에서 내 사람을 괴롭혀?” 박시아는 또 곧바로 강시후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괜찮아? 어디 다치지 않았어?” 강시후는 불쌍한 척 목을 감싸며 말했다. “대표님이 조금 더 늦게 오셨으면 저는 죽었을지도 몰라요. 아까 얼마나 무서웠는지 알아요? 저 진짜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제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길을 비켜달라고 했을 뿐인데, 저 사람이 갑자기 막 때리려고 했어요.”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피식 웃었다. 강시후의 연기는 퍽 웃겼다. 지금의 나는 성인 남성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약해졌다. 모든 힘을 다해 강시후의 목을 졸랐는데도 흔적 하나 남기지 못했다. 박시아의 팔 힘에 쓰러진 것만으로도 알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박시아는 강시후의 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녀는 싸늘한 시선으로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사과해! 안 그러면 내가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 나는 강시후를 바라봤다. 억울한 척하는 모습조차 이현태와 똑 닮아 있었다. 나는 그의 진짜 모습을 밝히는 것을 선택했다. “저쪽에서 먼저 날 도발했어. 얼굴 믿고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고. 저런 인간을 곁에 두는 게 넌 웃기지도 않아? 넌 생각이라는 것도 안 하지? 쟤는 회사에서 썩을 인재가 아니야. 연예계에 보내면 진작 대상을 받았어.” 강시후는 안색이 확 변하면서 황급히 설명했다. “아니에요, 대표님. 저는 대표님 대신 한마디 했을 뿐이에요!”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