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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나는 감옥에서 장장 5년 동안 시달리면서도 울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도무지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어머니, 죄송해요. 저 때문에... 다 저 때문에...” 내가 말을 마치자마자 어머니가 단호하게 말했다. “다른 사람의 잘못까지 네가 떠안을 건 없어. 기억해, 넌 아무것도 잘못하지 않았어.” 마음이 따듯해진 나는 작게 숨을 돌렸다. “어머니, 저를 믿어줘요. 제가 꼭 성공해서 호강시켜 드릴게요.” 아버지는 내일 소주라도 들고 만나러 갈 생각이었다. 앞으로는 내가 이 집안을 일떠세우겠으니 편히 쉬라고 말이다. “괜찮아, 난 이제 일하는 데 익숙해졌어. 빨리 씻고 옷 갈아입어. 밥 차려줄게.” 어머니는 나를 위해 원룸에서 가정집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나는 샤워하고 금방 나왔다가 쿵 소리를 듣고 화들짝 놀랐다. 주방에 달려가 보니 바닥에 쓰러진 어머니가 보였다. “어머니!” 나는 황급히 어머니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 병원에 도착한 다음 어머니는 곧장 수술실에 들어갔다. 밖에서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의사가 나오고 나는 빠르게 달려가서 물었다. “선생님, 제 어머니 어떻게 됐어요?” 의사는 마스크를 벗으며 말했다. “일단 따라오세요.” 나는 의사를 따라 사무실에 갔다. 의사는 검사 결과를 보여주며 말했다. “위암 말기입니다. 빨리 수술해야 해요. 조금이라도 늦으면 가망이 없어요.” 나는 넋을 잃었다. 건강해 보이던 어머니가 왜 갑자기 이렇게 됐는지 이해가 안 됐다. 크게 심호흡하고 난 나는 겨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바로 수술비를 마련하도록 할게요.” 어머니는 병실에 올라갔다. 나는 그녀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깨어난 다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으려고 말이다. 처음에 그녀는 계속 숨기려고 했다. 하지만 질문이 계속되자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로엘그룹이 파산한 후 통장은 텅 비게 되었다. 어머니는 일을 해보려고 했지만,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일자리 찾기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말하지 않았지만 박시아가 수를 쓴 것도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간단한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굶는 것은 일상이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위암도 그렇게 생겼다고 한다. 모든 말을 다 듣고 난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러고는 굳건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어머니. 제가 꼭 치료해 드릴게요.” “됐어, 돈도 없는데 치료는 무슨. 이만 집에 돌아가자.” 나는 침대에서 내리려는 어머니를 말리면서 말했다. “아버지도 없는데, 어머니까지 저를 버리고 갈 생각이에요?” 어머니는 침묵에 잠겼다. 나는 다시 이불을 덮어주며 말을 이었다. “편히 쉬고 계세요. 돈은 제가 어떻게든 마련할게요.” 수술에는 천만 원이 필요했다. 이 큰돈을 갑자기 어디서 마련한다는 말인가? 나의 머릿속에는 한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이제 어쩔 수 없다. 박시아에게 돈을 빌리는 수밖에... 어머니를 위해서라면 나는 자존심도 버릴 수 있다. 유일한 가족을 잃을 수는 절대 없었다. 유강그룹에 도착한 나는 박시아를 만나겠다고 했다. 프런트 직원은 예약이 없으면 안 된다며 나를 막아섰다. “저는 이도준이라고 해요. 시아한테 말하면 올라오라고 할 거예요.” 직원은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대표이사실에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나는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박시아의 사무실 밖에서 기다렸다. 그녀는 아직 회의 중이라고 했다. 나는 잠시 후 어떻게 말을 꺼낼지 고민하다가 비웃음 소리를 들었다. “살인범 이도준이잖아? 5년이 벌써 지났어? 네가 다 나와서 돌아다니네?” 나는 머리를 돌렸다. 상대의 얼굴은 본 순간 안색은 빠르게 어두워졌다. 나는 상대를 바라보며 이를 꽉 악물었다. “이현태, 너... 안 죽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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