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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나는 처음으로 박시아를 사랑했던 것을 후회했다. 나의 말을 듣고 당연히 반박할 줄 알았던 박시아는 신기하게도 가만히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나를 바라보다가 혼자서 중얼거렸다. “이상하네... 현태 대신 복수했으면 속이 시원해야 하는데, 왜 답답하지?” 나는 그녀의 말을 똑똑히 들었다. 하지만 그녀가 후회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5년도 짧게 느껴질 것이다. 내가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후련해할 사람이다. 그래도 어쩌면 내 아버지에게는 죄책감을 품지 않았을까? ... 5년 후. 뜨거운 태양 아래 커다란 철문이 열렸다. “0973 출소. 앞으로 잘 살아. 다시 들어오지 말고.” 이 말을 들은 나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 내가 저지른 잘못이라면 박시아를 사랑했던 것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바로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나오자마자 달려와서 안아줬다. 박시아의 지시로 나는 조폭과 한방에 배정되었다. 지난 세월 동안 나는 비인간적인 괴롭힘을 받아왔다. 어머니가 안았을 때 뼈밖에 만져지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어머니는 속상함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말랐어? 얼른 돌아가자. 엄마가 곰국 끓여줄게. 많이 먹고 몸보신해야지.” 나는 어머니를 안으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 네.” 나는 유랑 끝에 집을 찾은 어린아이처럼 눈시울을 붉혔다. 어머니는 눈물을 닦아주면서 말했다. “난 알아. 현태 죽음이 너랑 상관없다는 거. 넌 항상 현태한테 양보하면서 지냈어. 그런데 네가 어떻게 현태한테 모진 짓을 하겠니. 너보다 더 착한 아들은 없을 거야.” 이 말을 들은 나는 더 이상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 세상에서 나를 믿어줄 사람은 어머니밖에 없을 것 같았다. 이현태가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고, 나는 진짜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하루아침에 재벌가 아들이 되었다고 해서 오만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겸손하게 굴었다. 하지만 이현태는 아니다. 그는 나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남몰래 나를 괴롭히고는 했다. 어머니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이현태에게 경고한 적도 몇 번 있다. 그러나 그럴수록 괴롭힘은 더욱 심해졌다. 박시아의 앞에서 그의 연기력은 최상에 달했다. 그는 불쌍한 척 동정을 사는 것에 능했다. 부모를 일찍 잃고 우리 집안에서 자란 박시아는 그렇게 이현태를 좋아하게 되었다. 나는 박시아에게 첫눈에 반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를 파괴할 생각은 없었다. 박시아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도 알 알았고 말이다. 나는 박시아가 이현태와 만나기를 원했지만 어머니가 허락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이현태의 진짜 모습을 알았다. 그래서 나와 결혼해야만 박시아가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어머니는 박시아를 위해 내린 결정이다. 그 결과 복수에 시달리게 될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어머니, 믿어줘서 고마워요.” 나는 어머니를 꼭 끌어안았다. 하지만 힘을 주지는 못했다. 나의 앙상한 뼈 때문에 아플까 봐서 말이다. “나는 네 어머니야. 당연히 너를 믿어줘야지. 자, 집에 돌아가자. 내가 곰국을 해놨어.” 집에 돌아간 다음에야 나는 유강그룹 때문에 로엘그룹이 파산한 후, 어머니 혼자 교외의 자그마한 집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는 지금껏 혼자 지냈다. 재벌가 출신으로 대접받는 인생만 살았던 그녀의 손에는 어느덧 굳은살이 박였다. 그녀의 손을 바라보며 나는 로엘그룹을 지키지 못한 자신이 한스러웠다. 나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고, 어머니가 고생한 것이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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