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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장

“박시아, 이제 그만해! 난 너한테 빚진 거 하나도 없어. 내 일은 네가 간섭할 게 아니야!” 나는 차갑게 말하며 박시아를 바라보았다. 한치의 미련도 없는 눈빛으로 말이다. 박시아는 내 예상치 못한 냉정한 태도에 놀란 듯 멈칫했다. 강시후는 그녀를 끌어안고 나를 노려보며 말했다. “너 진짜 배은망덕하다. 돈만 있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지? 얼마 전에 받은 1억 원은 모르는 척하겠다는 거야? 전에 얼마나 비굴하게 굴었는지는 기억도 안 나지? 다른 사람이 생겼다고 기고만장해진 거냐?”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강시후에게는 1억 원을 언급할 자격이 없었다. 그들은 나에게 돈을 빌려줄 생각이 없었다. 그저 모욕을 주고 싶었을 뿐이다. 돈을 받기 위해서 나는 목숨까지 걸어야 했다. 나는 이제 그들의 돈 따위가 필요 없었다. 전에 받은 1억 원은 언젠가 이자까지 쳐서 반드시 돌려줄 것이다. “너 정말 역겨워. 지난 5년 동안 조금이라도 정신 차린 줄 알았는데, 놀랍도록 여전하구나?” 박시아는 더 모진 말로 나를 비난했다. 그녀는 하찮은 벌레라도 보는 것처럼 나를 깔아보았다. 그 순간, 나는 홀로 오해 속에서 허덕이던 기억이 밀려왔다. 그 기억은 나를 숨 막히게 했다. 김아진은 더는 참지 못하고 나 대신 나섰다. “너한테 다른 사람을 역겹다고 욕할 자격이 있긴 해? 진실도 모르고 무턱대고 험담이나 퍼뜨린 너야말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박시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김아진을 쏘아 보았다. “넌 우리 일에서 빠져. 이젠 진짜 나 한 번 이기겠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구나. 내가 버린 남자까지 주워가려고 하네?” 김아진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오만하게 굴지 마. 보석을 돌로 보는 사람도 너밖에 없을 거야. 그리고 네 옆에 있는 남자 썩은 오이 같아. 냄새나는 것 같아서 나는 싫거든?” 김아진은 이렇게 말하며 내 손을 잡아 이끌었다. “가자, 헛소리나 하는 미친 사람이랑 시간 낭비하지 말고.” “야! 거기서 서!” 박시아가 내 뒤에서 절박하게 외쳤지만, 나는 뒤돌아보지 않고 김아진과 함께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우리는 근처의 호텔로 갔다. 김아진은 방을 예약하고 카드를 나에게 건넸다. “먼저 가서 샤워해. 난 조금 있다가 갈게.” 나는 카드를 받아 들고 감사 인사를 했다. 샤워를 마친 후, 나는 갈아입을 옷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목욕 가운만 걸친 채 고민하고 있을 때 노크가 들렸다. 문을 열자 김아진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녀는 나의 모습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공기 중에는 어색함이 맴돌았다. 김아진은 붉게 물든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옷을 내게 건네주며 마른기침을 했다. “방금 산 건데, 네 사이즈를 몰라서... 좀 안 맞을 수도 있어.” 그녀의 말에 감동한 나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나는 옷을 받으며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다음 우리는 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앞으로 인공지능 분야는 엄청나게 성장할 거야. 나는 5년 전부터 연구 자료를 보고 있었어. 최근까지 아쉬운 부분이 많더라. 근데 시장 전망이 좋다는 건 여전해.” 우리는 세부 사항을 논의하며 긴 시간을 보냈다. 밤이 점점 깊어질 무렵, 우리는 마침내 계약을 확정 지었다. “걱정하지 마, 도준아. 난 최선을 다해 너를 도울게.” 김아진은 다소 복잡한 눈빛으로 말했다. 나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네가 나랑 협력해 준 것만으로도 나한테는 큰 도움이야. 나머지는 내가 스스로 해낼게. 네 믿음을 헛되이 하게 하지 않을 거야.” 김아진의 도움으로 나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도 평생 남의 도움을 받으며 살 수는 없었다. 나를 도와준 사람에게는 실력으로 보답할 것이다. 김아진은 나를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도준이 넌 반드시 성공할 거야.” 이때 갑작스런 휴대폰 벨 소리가 우리의 대화를 끊었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병원에서 걸려 온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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