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4장
원래 고아람은 다시는 서지훈을 상대하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차창을 두드리는데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밖에 있었기 때문에 고아람은 괜히 사람들이 관심을 끌기 싫어 천천히 차창을 내렸다.
“무슨 일이야?”
서지훈은 차가운 그녀의 표정에 마치 상처를 받은 듯 입술을 꾹 오므렸다.
“병원 안 갔지?”
그는 고아람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평소 이런 자잘한 상처는 모두 아무렇지 않게 넘기는 편이었다. 한 번은 채소를 썰다 실수로 손가락을 베어 피를 많이 흘린 적이 있는데 그저 반창고만 덜렁 붙였었다. 때문에 그 상처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아물 수 있었다.
“갔다왔어.”
고아람이 말했다.
그녀는 서지훈과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서지훈은 그런 그녀의 말을 좀처럼 믿지 않았다.
“안 갔다는 거 알고 있어. 이건 내복약이야. 파상풍에 걸리지 않게 조심해. 그리고 상처는 조금 깊으니까 잘 소독하고. 물에 닿지 않게 조심해.”
“이게 재밌어?”
고아람은 서지훈이 배려심이 많은 남자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 예전에 서지훈은 그녀가 다쳐서 상처를 입을 때마다 왜 병원에 가지 않냐고 핀잔만 주었을 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지금처럼 먼저 약을 사다준 적도, 상처가 물에 닿지 않게 조심하라는 걱정의 말도 한 번도 해준 적이 없었다.
‘전엔 손가락을 베었을 때 평소처럼 밥을 해줘도 괜찮냐고 물어보지 않더니 이혼하고 나니 오히려 더 다정해졌네.’
다시 밖으로 나온 박해일은 서지훈을 발견하고 잠시 멈칫했다. 그러다가 천천히 고아람의 차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제가 잠시 자리를 피해 줄까요?”
박해일이 물었다.
“아니에요, 변호사님. 그냥 타세요.”
고아람이 말했다.
박해일은 서지훈이 들고 있는 약을 힐끔 쳐다보고는 순식간에 안색이 어두워졌다. 잠시 후, 그는 문을 당겨 조수석에 앉은 다음 안전벨트를 맸다.
잠시 후, 고아람은 창문을 닫고 차에 시동을 걸었다. 곧이어, 차는 배기가스를 내뿜으며 재빨리 서지훈의 옆을 스쳐지나갔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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