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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장

박유연은 곰곰이 생각할 여유따윈 없었다. 그녀는 이미 갑작스런 서지훈의 행동에 정신이 혼미해진지 오래였다. 그녀의 눈에는 눈앞의 섹시하고도 포악한 남자뿐이었다. 박유연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 “날 책임지지 않아도 돼.” 순간, 서지훈은 그녀를 들어올려 침대에 눕혔다. 그런다음 마치 광풍과 비바람을 동반한 태풍처럼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그의 키스와 박유연의 옷을 찢는 동작에는 부드러움이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거칠기만 할 뿐이었다. 마치 가슴 속에 풀어야 할 분노가 가득 차 있는 것만 같았다. 다른 사람에게 풀어야 할 난폭함을 박유연에게 대신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박유연은 그렇게 이 끝없는 불길 속에 점점 가라앉아버렸다. 그녀는 자신이 서지훈을 더욱 사랑하게 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박유연은 이런 거칠고 강렬한 것을 좋아했다. 잠시 후, 서지훈은 박유연이 아직 첫 경험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유연을 쳐다봤다. 조금 전 이성을 잃었던 서지훈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닫게 되었다. 박유연은 입술을 깨물고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두 팔을 뻗어 서지훈의 목을 껴안았다. “지훈아, 사랑해.” 진퇴양난이었다. 그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잠시 후, 다급하게 뒷처리를 한 뒤 그는 침대 옆에 앉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후회하고 있는지 아니면 옛생각에 잠긴 건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그의 표정은 아주 복잡해보였다. 박유연은 이불로 알몸을 감싼 채 서지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만약 내가 여기에 머무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지금 가볼게…” “아니. 여기서 하룻밤 자도록 해.” 말을 마치고, 서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여자들의 첫 경험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서재로 들어간 그는 컴퓨터를 바라보며 잠시 멍을 때렸다. 고아람과의 그날밤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한편, 따뜻한 햇살이 차창을 통해 안으로 들어왔다. 차 안은 아주 조용했다. 고아람과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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