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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장

서지훈은 입을 꾹 다물고는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고아람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녀의 표정에서 한 가닥 허점을 파고들겠다는 듯이. 그는 고아람이 그가 다른 여자와 있는 것을 보고 화가 나지 않을 수는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서지훈의 팔을 잡은 박유연의 손에 더 세게 힘이 들어갔다. “긴장할 것 없어요. 위기감도 가지지 말고요. 전 그냥 전 와이프뿐이에요.” 바짝 꼬리를 세운 고양이처럼 경계하는 눈빛의 박유연을 보며 고아람이 무심하게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서지훈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박유연의 안색도 백지장처럼 창백해졌다. 그녀는 서지훈과 처음 식사를 했을 때 이 여자도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었던 것을 기억해 냈다. 그때 서지훈이 이따금 그녀를 쳐다보았었던 것도. 박유연이 서지훈에게 그녀를 아느냐고 물었을 때, 서지훈은 모른다고 답했었다. 그리고 훠궈를 먹으러 갈 때도 엘리베이터에서 이 여자와 마주쳤었다. 어쩐지 서지훈의 몸에 커피를 쏟고서도 그런 얼굴을 하더라니. 이제야 머릿속에서 모든 퍼즐이 맞춰지고 있었다. “전 와이프가 왜 전 남편인 서지훈 씨한테 매달리시는 거죠?” 박유연은 식사할 때도, 엘리베이터에서도, 그리고 이번 또한 모두 고아람이 의도적으로 서지훈의 앞에 나타나서 그의 관심을 끌려고 한 것처럼 느껴졌다. “설마 이혼을 되돌리고 싶으세요?” 박유연의 질문에 서지훈이 픽 하고 실소를 터뜨렸다. 역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그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만약 당사자인 그가 객관적인 판단이 어렵다고 했을 때, 제삼자인 박유연이 보는 눈은 더 정확할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변명거리가 남은 것인지. 고아람은 그저 담담하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 “두 분, 잘 어울려요.” 잘난 척하기는. 말을 마치고 그녀는 성큼성큼 떠나버렸다. 서지훈은 그녀의 뒷모습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끝까지 잘난 척해 봐라, 언젠간 나한테 돌아와서 다시 잘 해보자고 할 거로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는 그녀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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