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장
저녁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왔다.
정은지와 헤어진 후 여준수는 약속대로 고승준과 술을 마시러 갔다.
두 사람은 자주 모여 술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이날도 두 사람은 자주 가는 레스토랑에 가서 익숙한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은 이 레스토랑의 VVIP 고객이었기 때문에 그들이 따로 주문을 하지 않아도 직원들은 그들에게 음식과 술을 제공했다.
술이 나오자 여준수는 주저 없이 뚜껑을 열고 쭉 들이켰다.
고승준은 그런 그에 깜짝 놀라서 급히 말리며 말했다.
“준수야, 뭐 하는 거야? 술 마시러 온 건 맞지만 천천히 마셔야지. 나 할 얘기가 많단 말이야. 한꺼번에 취하면 누가 내 얘기를 들어주겠어?’
고승준은 이미 여준수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했다.
여준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주위의 공기까지 무거워지는 분위기였다.
여준수가 조금 차분해지자 고승준은 다시 그에게 술을 건네주었다.
고승준은 일상적인 얘기를 시작했는데 얼마 있지 않아 말을 멈췄다.
여준수는 머리를 숙이고 술만 계속 마실 뿐, 그의 말에 전혀 대꾸를 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고승준은 그가 이렇게 우울한 이유를 알고 있을 것만 같았다.
이 세상에서 여준수의 기분을 이렇게 나쁘게 만드는 사람은 정은지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고승준은 더는 수다를 떨 기분이 나지 않았다.
그는 술잔을 내려놓고 진지하게 말했다.
“준수야, 왜 이렇게 우울해 있어? 딱 봐도 그 여자가 또 무슨 일을 벌였구나?”
하지만 여준수는 여전히 머리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잘생긴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없었다.
고승준은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딱 봐도 정은지 때문에 이러는 거잖아. 얘기해 봐. 정은지가 이번에 또 무슨 일을 저질렀는데? 밖에 다른 남자가 생긴 거야?”
다른 남자라...
그 말을 들은 여준수는 얼굴색이 어두워졌다.
‘역시 이유가 이거였어!’
고승준은 여준수의 상황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정은지가 뭐길래 부족한 것 없는 준수가 정은지를 위해 이렇게 속상해하는 걸까?’
“지난번에 정은지가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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