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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장

여준수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이은실을 불러세웠다. “됐어요. 연고는 병원에서 받아왔어요.” 결국 이은실은 말없이 두 사람이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바라봤다. 방에 들어간 다음 그는 꼬질꼬질한 정은지를 바라보며 말했다. “먼저 씻어. 다 씻으면 날 부르고.” 정은지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 절뚝절뚝 욕실을 향해 걸어갔다. 그녀의 모습을 보고 여준수는 또다시 죄책감에 사로잡혔다. 그래서 괜히 한 마디 덧붙였다. “상처에 물 안 닿게 조심해.” 정은지는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돌렸다. “걱정하지 마. 의사가 한 말 나도 다 기억해. 조심할게.” 여준수는 이제야 약간 시름을 놓았다. 욕실에 들어간 정은지는 물 온도부터 체크했다. 맞춤 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따듯한 물에 몸을 담갔다. 물이 닿으면 안 되는 다리는 욕조에 걸터놓았다. 따듯한 물이 몸을 감싸는 순간 긴장이 완전히 풀렸다. 그래서인지 통증도 더욱 선명해졌다. 특히 얼굴은 불에 타오를 것 같았다. 병원에서 얼음찜질을 하고 연고까지 바르기는 했지만 붓기가 아직도 빠지지 않았다. 오늘 밤 겪었던 일을 다시 떠올리면서 정은지는 욕설이 나올 것만 같았다. 왜 이런 일이 갑자기 일어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시간의 금융가에 나타날 리 없는 사람이었는데 말이다. 지금 다시 생각하니, 깡패들의 행동이 상당히 수상했다. 검은색 승합차는 마치 그녀를 위해 준비된 것처럼 보였다. ‘설마 이 모든 게 누군가 나를 골탕 먹이려고 꾸민 건가?’ 그런 일을 할 만한 사람이라면 그녀는 한아진만 떠올랐다. 그녀를 이토록 미워할 사람이라면 한아진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일까지 꾸밀 줄은 정말 몰랐다. ... 정은지가 샤워하러 간 후, 여준수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주방에 간 그는 냉장고를 열어 얼음주머니를 찾으려고 했다. 잠시 후 정은지에게 얼음찜질을 해주기 위해서 말이다. 이때 이은실이 그의 뒤로 다가왔다. 그리고 그가 여기저기 뒤지는 것을 보고, 배가 고파서 먹을 것을 찾는 줄 알고 말했다. “도련님, 뭐 드시고 싶으세요? 제가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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