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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장

정태성이 정은지에게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보배 딸, 아빠는 그냥 네가 보고 싶어서 온 거야. 네가 잘 지내는 걸 보니 마음이 놓여. 그럼 나는 다른 곳을 둘러보러 갈게.” “알겠어.” 정은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말을 마친 정태성은 전미현과 정희수를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 그리고 정은지는 다시 눈앞에 있는 디저트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은지야!” 잠시 후, 한아진이 조급한 표정으로 정은지의 이름을 부르며 작은 걸음으로 달려왔다. 자신에게 달려오는 한아진을 본 정은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웃으며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무슨 일이야?” 정은지는 한아진을 바라보며 담담히 물었다. 그러자 한아진은 매우 다급한 일이라는 듯 숨도 고르지 않고 급히 말했다. “은지야, 큰일 났어! 하준 씨가 교통사고가 났대. 어서 가봐!” 정은지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대사였다. 전생에 강순자의 생신 파티 때, 정은지는 이 자리가 무척이나 불편하고 지루해서 빨리 여기를 떠나고 싶었다. 그리고 마침 한아진이 급히 달려와 정은지에게 아까 그 말을 했다. 원래 빨리 이 자리를 떠나고 싶었던 정은지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한아진의 덫에 빠져들었다. 이번 생에서도 상황은 전생과 똑같이 펼쳐졌다. 하지만 이번 생의 정은지는 전생과 같이 바보처럼 대본대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 정은지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한아진에게 물었다. “그래? 멀쩡하던 사람이 교통사고라니. 죽기라도 한 거야?” 정은지가 이렇게 나올 줄 몰랐던 한아진은 그녀의 말에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니... 죽지는 않았어. 근데 너 안 가볼 거야?” 한아진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정은지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히 가봐야지. 근데 지금은 파티 중이라 갈 수가 없네. 그리고 내가 여씨 가문의 며느리인데, 지금 자리를 비우는 건 도리가 아니잖아?” 정은지는 무척이나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정은지의 말을 들은 한아진은 답답해서 화가 날 지경이었다. 정은지가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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