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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장

모두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정은지는 짜증이 확 났다. ‘이런! 또 꼬투리를 잡히다니.’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칠판에 적힌 지문을 빤히 쳐다보았다. 한아진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옆에 서 있었다. 정은지가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맞힐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외로 지문에 따라 문제를 완벽하게 분석하고 조리 있게 정답을 작성하는 게 아니겠는가? 심지어 언급한 내용은 전부 문제 풀이의 핵심이며 군더더기 없이 완벽했다. 결국 반 전체가 충격에 휩싸였고, 하나같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정은지를 바라보았다. ‘맙소사, 이게 어딜 봐서 아무것도 모르는 재벌 집 아가씨란 말인가?’ 설령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라도 칠판에 적힌 문제를 풀 수 있을 지는 미지수였다. 어쨌거나 이는 고난도 함수를 기반으로 한 금융 수학 미적분 문제였다. 그런데 정은지가 식은 죽 먹기로 정답을 맞히다니? 도무지 믿기 어려웠다. 한편, 그녀도 속으로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제 임지현이 요점이라고 알려줬던 것도 마침 금융 수학 미적분에 관한 내용이었다. 게다가 회사에서도 여준수의 설명을 들은 덕분에 마침 관련된 개념인지라 정답을 맞힐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여겼다. 단상에 있던 교수도 입이 떡 벌어졌다. 딴생각하는 듯한 정은지를 보고 한 소리 하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완벽한 답변에 꼬투리를 잡고 싶어도 잡을 수 없었다. 결국 해줄 수 있는 건 칭찬뿐이었다. “잘했어요, 요즘 열심히 하나 본데? 계속 노력해요.” 정은지는 자리에 앉아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시 한번 행운의 여신에게 감사했다. 그러나 한아진은 납득이 안 갔다. 대체 무슨 상황이지? 정은지가 정답을 맞혔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결국 수업이 끝나자 정은지한테 쪼르르 달려가 얼굴을 바짝 대고 물었다. “은지야, 아까 그 문제 어떻게 푼 거야? 대단한데?” 정은지는 고작 문제를 풀었다고 질투하는 한아진이 가소롭게 느껴졌다. 이내 다행인 척 호들갑을 떨었다. “사실 그냥 운이 좋았던 거야. 어제 임지현한테서 빌린 노트에 마침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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