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장
임지현은 자리에 앉았다. 하나같이 적대시하는 친구들의 반응에 저도 모르게 속상하고 뻘쭘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시선을 돌리자 정은지와 눈이 마주쳤지만, 무심한 얼굴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그녀를 보고 실망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결국 울적한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이제 아무도 믿어주는 사람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임지현은 진짜 결백했다.
아무리 얘기해봤자 사람들의 의심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고, 어차피 안 믿는데 굳이 해명할 필요를 못 느꼈다.
설령 변명한다고 해도 누가 들어주겠는가? 다들 그녀가 궤변을 늘어놓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편, 정은지는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무표정으로 일관했지만 속으로 동정심이 느껴지기 마련이었다.
다만 지금은 당장 임지현을 도와줄 생각은 없었다.
왜냐하면 괜히 잘못했다가 한아진의 질투만 사게 되어 오히려 불 난 집에 부채질해서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임지현에게 접근하지 않는 정은지를 보고 한아진은 한시름 놓았다.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한아진은 정은지에게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했다.
한시라도 그녀와 같이 있기 싫은 정은지는 완곡하게 거절했다.
“어떡하지? 점심에 준수 씨랑 먹기로 했거든.”
여준수와 밥 먹으러 간다니?
한아진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서로 오해를 사지 않았단 말인가?
이럴 수가! 결국 현실을 부정하며 애써 미소를 쥐어짜 냈다.
“정은지, 연애하더니 정작 친구는 나 몰라라 하네? 허구한 날 딱 붙어 다니다가 어떻게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매번 날 버리고 갈 수 있어? 내가 삐지기라도 바라는 거야?”
이내 정은지의 어색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니야, 나도 어쩔 수 없었어.”
한아진이 잽싸게 팔짱을 끼며 정은지에게 애교를 부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같이 가자. 나도 배가 고파서 뭘 좀 먹고 싶은데 이제 버림당한 신세니까 내가 친히 가줄게. 어때?”
한아진은 정은지의 성격상 절대 거절하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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