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장

그러다 시간이 지난 뒤, 정은지의 아버지는 술에 취해 실수로 다른 여자를 만나게 되었고, 그 후로 집 밖에서 여자를 거느리며 혼외 자식까지 키우기 시작했다. 종이로 불을 감출 수 없듯이, 결국 정은지의 어머니는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큰 충격을 받았다. 원래 정씨 가문에서 온갖 냉대를 받던 어머니는 남편마저 자신을 배신하자, 마음이 무너져 결국 집을 떠나 버렸고, 이후로는 소식이 끊겼다. 그 사건 이후, 아버지는 밖에서 만난 여자와 그 자식을 집으로 들여 정은지는 계모와 이복동생이 생기게 되었다. 정은지의 아버지는 정은지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지나치게 관대하게 대했으며 그녀를 극진히 보살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정은지는 계모와 이복동생의 질투를 샀고, 그들은 정은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정은지는 자기중심적이고 고집스러운 성격을 가지게 되었고, 누구에게도 완전히 마음을 열지 않게 되었다. 바로 그때, 한아진이 나타났다. 그녀는 마치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언니처럼 정은지의 곁에 머물며 그녀를 위로해 주었고, 그로 인해 정은지는 한아진을 믿고 의지하게 되었었다. 그러나 결국 한아진이 정은지를 감옥에 집어넣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줄을 누가 알았겠는가? 정은지는 생각에 잠긴 채 자신에게 적이 얼마나 많았던지를 깨달았다. 한아진 외에도 집에 있는 계모와 이복동생 역시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지난 생에서 정은지가 감옥에서 죽게 된 데는 이 두 모녀의 암묵적인 도움도 있었다. 심지어 아버지가 정은지의 몰락에 분노하여 심장마비로 쓰러졌을 때, 이 두 모녀는 위로는커녕 오히려 부추기기만 해서 아버지가 안정을 되찾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 모든 것을 생각하니, 정은지는 마음속에서 분노가 차올라 다시 한번 다짐했다. ‘이번에 하늘이 내게 다시 새 인생을 살 기회를 준 이상, 난 내 운명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서도 저 두 모녀에게 복수할 거야.’ 이때, 한아진이 정은지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불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