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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이만한 인물이라면 괜히 흘려보낼 이유도 없지. 설령 내게 쓸모가 없더라도, 민연아의 속을 뒤집는 데는 딱이니...’ 나는 송유빈을 향해 잔잔한 웃음을 지었다. “좋습니다. 어차피 저는 한가한 몸이니, 영의정 대감께서 시간이 되실 때를 맞추지요.” 송유빈의 눈빛이 잠시 반짝이다 이내 고개를 숙이며 예를 갖췄다. “감사하옵니다.” 우리 사이에 오간 ‘다정한’ 분위기가 기름을 부은 건지, 곤장을 맞고도 버티던 민연아가 이번엔 정말로 기절해 버렸다. 나는 콧노래가 나올 듯한 기분을 애써 누르며 자리를 뜨려 했으나, 그 순간 어마마마의 상궁이 다가와 내게 전했다. “공주마마, 중전마마께서 지금 즉시 처소로 오라 하십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어마마마의 처소로 향했고, 아니나 다를까, 어마마마는 싸늘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오늘부터 너는 이 처소에서 지내거라. 내 허락 없이는 이 문턱도 넘지 마라. 이 어미의 말을 어기면, 그땐 나도 너를 자식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다!” 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어마마마, 그 말씀 참 우습습니다.” 어마마마는 미간을 찌푸렸다. “무엇이 우습다는 것이냐. 다 연우, 너를 위해 그러는 것이니라. 혼약이 파기된 지금, 너는 만천하에 조롱거리가 된 것이나 다름없어. 이대로 굴다간 평생 시집도 못 간다는 말이다!” 나는 그녀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웃겼던 건, 자식으로 여기지 않겠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소녀와 어마마마 사이에 모녀의 정이라도 있었던가요?” 어마마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연우 공주! 무슨 말을 그렇게 하느냐!” 나는 날카롭게 말했다. “소녀가 다치고 모욕을 당해도 어마마마께선 단 한 번도 소녀의 편에 서주신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저를 괴롭힌 자들의 손을 들어주셨지요. 혹시… 소녀는 주워 온 자식이옵니까? 어마마마께 자식은 오라버니 하나뿐인지요?” 어마마마는 참지 못하고 팔걸이를 내리쳤다. “그만하거라! 그깟 억울함이 뭐 그리 대수라고, 이토록 예민하게 굴어대느냐! 네 오라버니는 이 나라의 세자다. 장차 왕이 되면 우리가 모두 편해지는 것 아니겠느냐! 그 오라버니가 잘못되면, 너도나도 끝이다. 그러니 자수쯤은 내어주는 것이 맞다. 그래야 너도 산다...” 나는 싸늘하게 비웃었다. “제가 그 오라버니 덕을 본 게 뭡니까? 어릴 적부터 저를 무시하고, 툭하면 꾸짖고, 제 것을 빼앗아 갔지요. 이제는 여인에게 속아 친여동생을 죽이려 하고... 그런 오라버니라면, 차라리 없는 게 낫습니다.” 어마마마는 여전히 변함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네 오라버니다. 아무리 너를 몰아붙였다 해도, 가족이라면 참는 것이 도리다. 다른 이가 아니라 하필 너만 그리 당하는 이유는 스스로 먼저 돌아보거라.” 그 말에 머리가 멍해졌다. 너무도 뻔뻔하게 책임을 돌리는 어마마마의 모습에 분노가 끓어올랐다. “그럼 제가 지금 어마마마의 뺨을 때린다면, 어마마마께서도 스스로를 돌아보시겠군요? 왜 제가 다른 사람은 안 때리고, 하필 어마마마만 때리는지를요.” 순간, 어마마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당장 닥치거라! 안 상궁, 당장 이 아이를 정숙각에 가두고 반성문을 쓰게 하라!” 나는 당연히 얌전히 붙잡혀줄 생각이 없었다. 안 상궁이 달려들기도 전에 몸을 틀어 빠져나와 그대로 달리기 시작했다. 나를 막으려는 궁인들도 있었지만, 요즘 내 악명 덕에 감히 손을 대는 자는 없었다. 칼을 품고 다니며 기분이 나쁘면 휘두른다는 ‘미친 공주’의 소문은 이미 온 궁에 퍼져 있었으니까. 그들은 쫓아오긴 했지만, 정면으로 막을 수는 없었다. 나는 그대로 아바마마의 서고로 향해 무릎을 꿇었다. 조금 전 어마마마 앞에서의 광기와 오만은 감쪽같이 사라졌고,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간절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바마마... 제발 살려주십시오. 세자의 죄를 고했다는 이유로, 어마마마께 미움을 샀습니다. 하루 종일 정숙각에 갇혀 지내며, 어마마마의 말 한마디 어겼다가는 맞아 죽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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