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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나는 일부러 울며 말을 보태 과장했다. 마침 어마마마께서 대놓고 편애하며 얼버무렸던 탓에, 아바마마는 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는 크게 충격을 받은 듯했다. “중전이 어쩌다 저렇게까지 됐단 말이냐. 걱정 마라, 아바마마가 있는 한 그 누구도 너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말했다. “어마마마의 마음은 이미 온통 세자 저하께 쏠려 있사옵니다. 다른 이들은 그저 배경일 뿐이지요. 궁 안에 머무는 한, 저의 앞날은 십중팔구 험난할 것이옵니다. 소녀의 나이도 적지 않사오니, 이제는 공주방을 따로 마련하여 궁 밖에서 거처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시옵소서.” 궁궐이 아무리 화려하고 공주의 지위가 높아도, 어마마마의 감시 아래 있는 한 내게는 온통 덫일 뿐이었다. 후궁을 총괄하는 중전이 사사건건 공주에게 손을 뻗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궁 밖으로 나간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었다. 아바마마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지만, 이내 내 속마음을 간파한 듯한 눈빛을 지으며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짐이 명을 내려 공조로 하여금 연우 공주의 공주방을 따로 마련하게 하겠다. 이름은 ‘연우궁'으로 하거라.” 나는 잽싸게 고개를 숙여 공손히 인사했다. “감사하옵니다. 아바마마, 다만, 공주방을 짓는 데 시간이 걸릴 터, 그동안은...” 아바마마는 내 말을 끊고 냉정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말거라. 내금위에서 무사 둘과 어패를 붙여 줄 것이다. 네 어마마마라도 마음대로 널 끌고 갈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진심 어린 감사를 드리며 고개를 숙였다. 아바마마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공주방의 설계와 공사는 빠르게 착수되었고, 곧 공사가 시작되었다. 이 사실을 들은 어마마마는 얼굴이 굳어졌다. “고작 공주방 하나 짓는데 어찌 그렇게 낭비스럽단 말이냐. 은자 삼십만 냥이라니, 제정신이더냐?” 아바마마는 슬쩍 나를 보더니, 마지못해 설명했다. “연우는 그대의 유일한 딸이자 짐의 유일한 왕비 소생 공주이니, 삼십만 냥이면 결코 과하지 않소.” 어마마마는 나를 노려보았다. “정말 네 입에서 나온 것이냐?” 나는 천연덕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사옵니다. 어마마마께서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 어마마마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삼만 냥이면 족하다. 아무리 공주라 해도 절제는 미덕이다. 네가 이처럼 사치를 일삼는다면 어찌 왕비 소생 공주답다 할 수 있겠느냐.” 나는 귀를 의심하다시피 하며 실소를 터뜨렸다. “어마마마,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옵니까? 왕비 소생 공주에게 삼만 냥이라니요? 그건 첩실 소생 궁주마마보다도 못한 대접이옵니다!” 아바마마도 얼굴이 굳어졌다. “국고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고작 삼십만 냥에 눈살을 찌푸릴 필요가 있겠소? 그대가 정말로 검소를 주장하고 싶다면, 세자부터 단속해야 할 게 아닌가? 얼마 전 동궁에서 이십만 냥을 요구했을 때는 중전이 백 번을 졸라서 돈을 풀게 해놓고, 왜 공주에게는 이리도 인색한가?” 어마마마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래서 더더욱 절제해야 하옵니다. 세자의 지출이 크니, 공주 쪽에서는 아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다음 달에도 세자 전하께서 쓰실 곳이 많사옵니다.” 아바마마는 결국 화가 나 소매를 내리치며 소리쳤다. “자식을 망치는 어미가 따로 없네. 세자야말로 흥청망청 쓰지 않았냐는 말이오! 공주에게는 인색하고, 세자에게는 퍼주기만 하고... 다시 말하지만, 연우도 대성의 금지옥엽 공주마마란 말이오!” 어마마마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 눈치였다. 내가 조용히 물었다. “다음 달 세자 전하께서 그 많은 은자를 쓰실 곳이라 하셨는데... 그 용처를 소녀도 알 수 있을지 여쭈어도 되겠사옵니까?” 어마마마는 무언가 떠오른 듯한 얼굴로 말을 삼켰고, 시선을 피하며 말을 돌렸다. “그건 네가 알 필요 없는 일이다. 아직 혼인도 안 한 네가 궁에 있는 것이 무슨 문제냐. 굳이 나가서 공주방을 꾸릴 필요가 있느냐.” 그러나 이 모든 말에 아바마마는 완전히 질려버린 듯했다. 그는 어마마마의 편애와 억지를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외쳤다. “좋다! 공주방 예산은 은자 오십만 냥으로 상향하겠다!” 어마마마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바마마의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눈치챘는지, 더는 반박하지 못했다. 아바마마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어마마마를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 “한마디만 더 해보시게! 은자 백만 냥까지 올릴 것이니!” 어마마마는 마지못해 입을 다물었고, 나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일부러 말했다. “어마마마 덕분에 제 공주방이 더욱더 화려해지겠사옵니다. 감사드리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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