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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방우혁의 눈빛은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지만 그 눈빛 속에는 끝없는 냉기가 서려 있었다. 누가 봐도 스무 살도 채 되지 않은 청년의 눈빛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그 눈빛은 차갑고 깊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허문성은 온몸을 덜덜 떨며 연신 살려달라 애원하고 있었고 바지는 이미 젖어 있었다. “우두둑!” 순간, 방우혁의 발끝이 허문성의 무릎을 정통으로 차며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으악!” 허문성은 무릎을 부여잡고 고통 속에서 몸을 떨며 비명을 질렀다. “다음에 또다시 이런 일이 있다면 네 목을 꺾을 거야.” 방우혁은 냉정하게 말한 뒤 돌아서서 뒤에 서 있는 한소유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자. 우리 집은 여기서 얼마 안 돼.” 그리고 방우혁은 한마디 말도 없이 자신을 따라오고 있던 한성호에게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가 뒤따라오고 있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지만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한소유는 알겠다고 하면서 불현듯 생각난 게 있어서 고개를 돌려 한성호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삼촌은 어떻게 여기 있는 거죠?” “소유야, 난 혹시 너한테 무슨 일 생길까 걱정돼서 조심스럽게 따라온 거야.” 한성호는 다소 당황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 그럼 차로 따라오세요. 약 받으면 같이 갈게요.” 한소유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빨리 방우혁 뒤를 따라갔다. 한성호는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20여 명의 조폭들을 바라보며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선천 8단이었던 무자로서 이미 고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가 보기에도 이 정도 인원을 상대하려면 필사적으로 싸워야 겨우 이길 수 있을까 말까였다. 하지만 방우혁은 달랐다. 단 2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단 한 점 상처도 입지 않고 이들을 모두 쓰러뜨린 것이다. ‘이건 얼마나 강한 실력이란 말인가. 게다가 아까 그 눈빛 말이야. 이 자식은... 정말 보통 사람이 아니야.’ ... 뒤따라 걷던 한소유가 조심스레 방우혁의 오른팔을 바라보며 물었다. “우혁아... 너 팔 괜찮아? 병원부터 가야 하는 거 아냐?” “괜찮아.” 방우혁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럴 리가 있나?” ‘아까 내 앞에서 바로 쇠 파이프에 맞았잖아. 그 소리는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고.’ 한소유는 다소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되물었다. “괜찮다니까.” 방우혁이 무심히 한마디 내뱉자 한소유는 혹시라도 방우혁이 기분이 상해서 약도 안 주겠다고 할까 봐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은 방우혁의 뒷모습을 떠나지 못했다. 아까 혼자서 수십 명을 상대로 싸우던 멋진 모습을 떠올리니 한소유는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았다. ‘나랑 나이도 비슷할 텐데... 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가 있지?’ 한소유는 입술을 깨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3분쯤 뒤, 방우혁은 그녀를 낡은 2층 집 앞까지 데려왔다. “여기가... 네가 사는 집이야?” 한소유는 허름한 외관을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 “2층이 내 방이야.” 방우혁은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계단을 올라갔다. 그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곧장 잡동사니 방으로 향했다. 그 사이 한소유는 거실을 둘러보다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너무 텅 비었다. 소파도, TV도, 아무것도 없는 빈집이었다. ‘여긴 정말 사람이 사는 공간이 맞을까?’ “이쪽으로 와.” 그 순간, 방우혁이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급히 따라간 그녀는 문 앞에서 은은한 약초 향을 맡을 수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건 마치 약초 창고처럼 온 사방에 널려 있는 귀한 약초들이었다. “구성초... 찾았네.” 방우혁은 그 속에서 쓰레기를 뒤지듯 익숙하게 약초를 뒤적이며 약초 두 뿌리를 꺼냈다. 사실 이곳의 약초마다 모두 값을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귀한 약초들이었다. 그는 구성초와 월야꽃을 한소유에게 건네며 말했다. “잘 말려서 가루로 만든 다음 내가 준 비율대로 약을 달여. 알겠지?” “응. 정말 고마워!” 한소유는 얼굴에 홍조를 띤 채 두 약초를 받았다. ‘이 두 가지 약초만 있다면 할아버지는 정말로 더 오래 사실 수 있을지도 몰라.’ “고마워. 방우혁.” 사실 그녀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방우혁은 할아버지를 살렸을 뿐만 아니라 아까 그녀를 위해서 팔로 쇠 파이프의 공격을 막은 사람이었다. ‘사실 넌 겉보기보다 훨씬 좋은 사람이야. 말투는 좀 차갑지만...’ 한소유는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이 눈빛은...’ 그녀가 방우혁을 바라보는 눈빛은 그가 오래전에 잊고 지내던 누군가의 눈빛과 너무도 닮아 있었다. 그 여자도 이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걸 좋아했다. 방우혁은 그런 기억을 몹시 싫어했기에 고개를 저으며 고개를 돌린 채 말했다. “됐고 얼른 가. 밥 안 줄 거야.” 이 말 한마디가 모든 분위기를 깨버렸다. “흥, 누가 네 집에서 밥 얻어먹겠다고 했어!” 한소유는 발을 구르고 돌아서 나가다가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근데 있잖아... 그날 아빠가 수표 줬잖아? 근데 넌 왜 아직 이런 데 살아?” “대하에서 제일 크고 비싼 집 어딘지 알아?” 방우혁이 물었다. “몰라.” “중주 101호. 그 집은 너희 집보다 수십 배는 크고 온천도 있고 정원도 있고 없는 게 없어. 근데 100년째 아무도 안 살고 있어.” “설마... 너 거기 살고 싶다는 거야? 너무 비쌀걸?” 한소유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니, 내 말은... 거기 주인이 나라는 거야. 다만 지금은 안 살 뿐이지.” 방우혁은 미소를 지었다. ... 그녀가 돌아간 뒤 방우혁은 채소밭에 물을 주려고 나가려다가 문득 어젯밤 황희숙의 울음소리를 떠올렸다. 수십 년을 살아보니 요즘 사람들 인생에서 힘든 문제의 95%는 돈 때문이었다. 그리고 돈이란 방우혁에게 있어선 이 세상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는 방으로 돌아가 서랍에서 현금다발 하나를 꺼냈다. 대략 2,000만 원 정도였다. 언제 어떻게 생긴 돈인지조차 기억 안 나는 그 돈을 호주머니에 넣고 그는 곧장 아래층 황희숙의 집 문을 두드렸다. “왔어요.” 수건으로 머리를 감고 나온 그녀는 문을 열며 방우혁을 반겼다. “요즘 슬기가 학교 공연 연습하느라 늦게 오잖아. 그래서 저녁도 좀 늦게 하고... 혹시 배고파서 왔니? 라면 끓여줄까?” “아뇨. 아줌마, 오늘은 밥 먹으러 온 게 아니라... 혹시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거예요?” 황희숙은 순간 표정이 굳었지만 곧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겠니. 우혁아...” “어젯밤에 아줌마가 우시는 소리... 다 들었어요.”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다가 끝내 눈가가 붉어지기 시작했다. “얼마 전... 전 남편이 내가 일하던 식당에 찾아와 행패를 부려서... 내가 잘렸어.” “그리고... 아버지가 시골에서 다치셔서 척추 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수술비가 5만 위안이래. 모아둔 돈은 하나도 없고... 슬기 학비는 또 걱정이고... 내 아버지의 부상은 빨리 수술해야 한대.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대. 게다가 내 전 남편은 밖에서 얼마나 더 많은 빚이 있는지 알 수도 없어. 나도 언제 누가 날 찾아올지도 모르겠어...” 황희숙의 목소리는 갈수록 떨렸고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이토록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딸 앞에선 언제나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했다. 오늘은 처음으로 누군가 앞에서 힘든 마음을 털어놓은 것이다. 그녀는 눈물을 훔치면서 앞에 있는 방우혁을 바라보면서 억지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미안해... 이런 모습 보여서.” 방우혁은 고개를 저으며 말없이 소파에서 일어나 호주머니에서 아까 꺼낸 돈다발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놨다. “여기 2,000만 원이에요. 급한 불 끄는 데 써요.” “이건 무슨... 너, 이 돈 어디서 난 거야!?” 황희숙은 당황한 얼굴로 외쳤다. ‘설마... 나쁜 일 하는 건 아니겠지?’ 황희숙의 생각에는 방우혁은 자신보다도 더 불쌍한 사람으로 보였다. 고작 열 몇 살인 나이에 가족, 친구 한 명 없이 혼자 집에 있어야 했고 제대로 된 끼니도 먹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황희숙은 자주 방우혁을 불러서 함께 밥을 먹자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방우혁이 갑자기 2,000만 원을 내놓는다는 건 너무 이상한 행동이었다. ‘중학생이고 일자리도 없는데 어디서 이런 많은 돈이 난 걸까?’ 그런 그녀에게 방우혁은 무심하게 말했다. “걱정 마요. 친구한테 받은 거예요.” “네가 무슨 친구가 있어! 솔직히 말해봐! 혹시 이상한 짓한 거 아냐?” 황희숙은 점점 흥분했고 방우혁은 결국 손을 들어 맹세하듯 말했다. “이 돈은 절대 나쁜 짓해서 번 거 아니에요. 그런 일 했다면 하늘이 벌할 거예요.” ‘남을 도와주는 건데 이런 맹세까지 해야 하는 거야... 좋은 사람하기도 바쁜 세상이네.’ “그만해. 그런 말 하지 마. 알았어. 아줌마가 믿을게...” 결국 그녀는 울컥하며 눈물을 닦았지만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난 이 돈을... 절대 받을 수 없어. 네 생활도 넉넉하지 않잖니. 내가 어떻게 받아... 빨리 가지고 돌아가. 우혁아, 아줌마가 다른 방법이라도 생각해볼게...” 방우혁은 멈칫거리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아줌마, 그럼 제가 하나만 말해볼게요. 믿기 힘들지도 모르지만.” “응?” 황희숙은 잔뜩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방우혁을 바라보았다. “사실... 제가 대하의 재벌 1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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