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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너, 너 지금 무슨 말 하는 거야? 누가 누구한테 호기심을 품었다고 그러는 거야?” 한소유의 얼굴에 붉은 기운이 퍼져나갔고 그녀는 민망한 듯 고개를 홱 돌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방우혁은 그녀를 힐끗 보더니 조용히 물었다. “어제 네가 못 구했다고 했던 약재 두 가지... 뭐였지?” “응? 아, 맞다!” 방금까지 머릿속이 하얗던 한소유는 정신을 차리고 허둥지둥 핸드폰을 꺼냈다. “월야꽃이랑 구성초. 이 두 가지야. 핸드폰 메모장에 저장해놨어.” 그녀는 메모를 펼쳐 방우혁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약재상 수십 군데를 돌아다녔는데 다들 처음 듣는 이름이라고 하더라고...” 방우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두 가지... 어쩌면 우리 집에 있을 수도 있어. 오늘 방과 후 나랑 같이 가자.” “진짜? 진짜 있어? 와, 대박이야!” 한소유는 반짝이는 눈으로 감탄했다. 하지만 방우혁은 곧 덧붙였다. “조건이 하나 있어. 지금부터 방과 후까지 넌 날 절대 쳐다보지 마.” “그게 무슨 조건이야!” 한소유는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홱 돌렸다. “안 보면 되잖아. 누가 보고 싶어서 봐. 치, 유치하게...” 방우혁은 책상에 팔을 괴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 방과 후, 한소유는 조용히 방우혁을 따라 학교 정문 밖으로 나섰다. “너희 집은 어디야? 우리 차 타고 가자. 삼촌보고 데려다 달라고 하자.” 하지만 방우혁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걸어가는 게 익숙해서.” “그래? 그럼 잠깐만 내가 삼촌한테 말만 해놓을게.” 한소유는 길가에 대기 중이던 벤츠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차 안에는 한소유의 넷째 삼촌인 한상호가 앉아 있었다. 그녀가 오늘 약재를 찾으러 방우혁 집에 간다고 말하자 한상호는 표정이 굳어졌다. 아무리 방우혁이 의술로 한명수의 신뢰를 얻었다 해도 한소유의 안전을 생각하면 방심할 수 없었다. 게다가 분명 차를 놔두고 걸어간다니 뭔가 수상했다. “소유야, 이건 아버지께 말씀드려야 하지 않겠니?” “아니에요. 그냥 약재만 가져오면 되는데 굳이 아빠한테까지 말할 거 없어요.” 한소유는 단호하게 말했다. “게다가 오늘 저녁에 약재를 가져다드리면 아빠도 분명히 기뻐하실걸요?” 그녀는 방우혁이 기다릴까 봐 황급히 말했다. “그럼 저 먼저 갈게요.” “소유야!” 한상호가 불러 세우려 했지만 이미 그녀는 방우혁을 따라 걸어가고 있었다. 한상호는 한참 고민하다 결국 차를 몰고 조용히 두 사람의 뒤를 따르기로 했다. 혹시나 모를 위급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 그 시각, 교문 앞에 선 양지욱은 멀리서 방우혁과 함께 떠나는 한소유의 모습을 보게 됐다. 그 장면을 본 순간 양지욱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는 분명 한소유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고 방우혁에게 경고했었다. 하지만 방우혁은 그 경고를 무시했을 뿐 아니라 오늘 아침 공개적으로 그를 망신까지 줬다. 바로 농구장에서의 굴욕이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소문은 온 학교에 퍼지고 있었고 양지욱은 속이 뒤집힐 듯 분노했다. “이 자식...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해주겠어.” 양지욱은 이를 악물며 방우혁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욱아!” 곱고 세련된 여학생 한 명이 환한 얼굴로 다가왔다. 바로 한소유의 친구 조수연이었다. 그러자 양지욱은 얼굴을 살짝 풀며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이야?” “그냥. 같은 반인데 인사도 못 해?” 상냥하게 웃으며 말하는 조수연의 눈빛은 은근하게 빛났다. 양지욱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녀가 자신에게 관심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지금 한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한소유와 조수연은 꽤 가까운 사이. 그렇다면...’ “오늘 날씨 좋네. 같이 밥이나 먹을래?” 양지욱이 부드럽게 묻자 조수연은 깜짝 놀라며 자신을 가리켰다. “나, 나한테 하는 말이야?” “응.” 양지욱은 여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좋지. 좋고말고!” 조수연은 거의 뛸 듯 기뻐하며 대답했다. “잠깐만. 내 차를 가져오라고 할게.” 양지욱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조수연은 두 손을 모으고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 한편, 방우혁과 한소유는 말없이 걸었다. 한소유는 그를 한 발짝 뒤에서 따라가며 묘하게 무거운 분위기를 느꼈다. 몇 개의 신호등을 지나 마침내 한적한 골목들 그중에서도 도시 외곽에 있는 조용한 동네에 도착했다. “너희 집까지 아직 멀어?” “아냐. 조금만 더 가면 돼.” 그렇게 말하는 사이 골목 옆으로 한 대의 낡은 승합차가 멈춰 섰다. “끼익.” 차 문이 열리자 문신이 잔뜩 새겨진 상의를 탈의한 불량배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그들의 손에는 쇠 파이프가 들려 있었고 시선은 오직 한 명한테 몰려있었다. “방우혁이다. 죽여!” 그들은 망설임 없이 쇠 파이프를 휘둘렀다. “철컥! 철컥!” 발길질들이 허공을 갈랐지만 방우혁은 여유롭게 피하며 반격했다. 순식간에 또 다른 승합차 세 대가 골목으로 들어왔고 스무 명 넘는 건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 뒤에는 하문성, 어제 사건의 주동자가 서 있었다. “동민아, 대한아, 오늘은 너희들을 위한 복수야. 이 자식 손발을 부러뜨려 무릎 꿇고 사과하게 만들겠어!” 하지만 그 순간부터 들려온 것은 쇠 파이프가 깨지고 뼈가 부서지고 비명이 터지는 소리뿐이었다. 방우혁은 단 한 번도 당황하지 않았고 굳이 피하지 않고 몸을 돌려 공격하며 적들을 하나씩 쓰러뜨렸다. 뒤에서 이 광경을 본 한소유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그녀는 줄곧 한씨 가문의 보살핌 아래에서 자랐기에 이런 피 튀튕기는 장면은 종래로 본 적이 없었다. 그때 눈에 핏발 선 건달 하나가 방우혁이 아닌 그녀를 향해 쇠 파이프를 휘둘렀다. 그녀의 눈이 크게 열렸고 반사적으로 몸을 피할 새도 없었다. “쾅!” 방우혁이 팔을 뻗어 파이프를 막아냈다. 마치 쇠가 쇠를 친 듯 맑은 금속음이 울렸고 파이프는 두 동강이 났다. 그 장면을 본 건달은 겁에 질린 얼굴로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방우혁은 그를 놔두지 않았다. “퍽!” 발길질 한 번에 피를 토하며 수십 미터 정도 날아가 버렸고 더 이상 일어서지 못했다. 원래 자신만만하던 하문성은 부하들이 하나둘씩 맞아서 날아가는 걸 보고 마음이 복잡해졌다. 그는 방우혁이 무술 실력이 좀 강하다는 걸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오늘 그는 모두 24명 부하를 데리고 왔지만 지금 보니 이미 열 몇 명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 이건...” 두 다리에 힘이 풀린 하문성은 공포에 질린 얼굴로 후퇴하다가 차량에 올라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방우혁이 다른 건달을 집어던지자 차량 앞 유리가 산산조각 나며 그의 탈출을 막았다. 이어 또 한 명이 운전석에 처박히며 하문성 앞에 피투성이 얼굴을 드러냈다. “으악!” 방우혁은 천천히 걸어와 문을 열고 그를 끌어냈다. “네가 하문성이지?” 그 시선이 마주친 순간 하문성의 정신이 무너졌다. “살려줘... 다시는 안 그럴게... 제발...” 방우혁은 그를 땅에 내던졌고 하문성은 그대로 무릎 꿇고 이마를 바닥에 박았다. “제발... 한번만 봐주세요...” 그때 뒤늦게 따라오던 한상성호가 차에서 뛰어내리며 외쳤다. “소유야, 아무 일 없지?” 한소유는 얼굴이 창백해진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괜찮아요... 하지만 방우혁을 좀 봐주세요...” 그 말에 한상성호가 고개를 돌리자 그 앞에는 피투성이가 된 하문성의 얼굴을 밟고 서 있는 방우혁이 있었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한상성호의 심장이 움찔거렸고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운이 온몸을 휘감았다. 그는 살면서 그런 눈빛은 처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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