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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양지욱의 키는 약 190cm이나 되었으니 방우혁보다 머리 반 뼘은 더 컸다. 거기에 체격마저 우람해서 겉으로만 보면 둘은 애초에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 몸으로만 밀어붙여도 양지욱이 완승할 판이었다. “그냥 단순히 한 판 붙는 건 재미가 없지. 뭔가 벌칙이 있어야지.” 양지욱은 얄밉게 웃으며 공을 방우혁에게 던졌다. “벌칙?” 방우혁이 물었다. “지는 사람이 여기 있는 애들 다 보는 앞에서 팔굽혀펴기 백 개 하자. 다 끝내기 전엔 못 나가는 거지. 어때?” 그 말에선 살짝 가시가 느껴졌다. “좋아.” 방우혁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주변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얘 뭐지? 방우혁이 일부러 굴욕당하려고 그러나?’ ‘저 체격에 백 개 한다고? 절대 못 할 거야.’ 한편 여학생들은 양지욱의 이름을 연호하며 응원단을 자처했다. “양지욱, 화이팅! 양지욱, 화이팅!” 완전히 고립된 듯한 방우혁이었지만 그는 그 어떤 응원도 야유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양지욱은 군중 사이에서 한소유를 발견하고는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오늘 네가 직접 보게 해줄게. 네 짝꿍과 나란 사람은 얼마나 다른지.’ 한소유는 불안한 마음으로 방우혁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방우혁이 질 걸 알았다. 이 상황에서 괜히 자존심 세우다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랐다. 방우혁은 공을 두 손으로 들고 골대를 바라보았다. 그가 말한 대로 농구는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단지 농구공을 골대에 넣으면 점수를 얻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 그냥 넣으면 되지.’ 방우혁은 단숨에 공을 들어 한 손으로 던지려 했다. 양지욱은 아예 방어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팔짱을 끼고 웃고 있었다. “푸하하, 뭐야 저 자세? 진짜 농구 처음 하나 봐.” “양지욱이 수비도 안 해. 말 다 했지.” “정말 재미없네 저건.” 수군거림과 야유가 터지고 있는 순간이었다. “슉!” 공은 정확하게 림을 통과했다. 깨끗한 림소리만 남기고 첫 골이 들어갔다. 야유를 보내던 학생들은 순간 멍해졌다. ‘뭐? 저게 들어간다고?’ ‘이건 뭐야. 운빨이야?’ 양지욱은 눈썹을 찌푸렸다. “운 좋네.” “그래서 이제 네 차례인가?” 방우혁이 되물었다. “맞아. 하지만 지금부터 넌 다시는 슛할 기회도 없을 거야.” 양지욱은 차갑게 웃으며 공격 위치로 이동했다. 그러자 다시 응원 소리가 들려왔다. “양지욱, 화이팅!” 방우혁을 바라보던 양지욱의 눈빛이 싸늘하게 바뀌었다. 오늘 그는 방우혁을 확실히 짓밟고 싶었다. ‘농구로 굴욕을 주는 방법은 딱 두 가지야. 덩크로 찍든가 수비 무시하고 슛을 성공시키든가.’ 양지욱은 그중 첫 번째를 선택했다. 몸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이었다. “툭, 툭, 툭.” 그는 공을 드리블하다가 왼쪽으로 파고들며 돌파를 시도했다. 거구의 어깨를 앞세우고 부딪히기만 해도 방우혁을 튕겨낼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방우혁은 정말로 몸을 들이대면서 양지욱의 앞에 나타났다.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났네.” 양지욱은 차갑게 웃으며 어깨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선천 5단의 실력이라면 어깨 한 번으로 방우혁은 아마 일주일은 누워있을 것이다. ‘방우혁, 이건 네가 스스로 자초한 짓이야.’ 그런데 그의 생각과 엇나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양지욱은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부딪히려 했지만 그는 방우혁의 몸과 부딪히지 못했다. “어?” 그와 동시에 손에서 뭔가 스르륵 빠져나갔다. ‘뭐야... 공이?’ 양지욱이 고개를 돌리자 방우혁이 벌써 공을 잡고 있었다. “와!” 관중석에서 환성이 터졌다. 이건 누가 봐도 완벽한 스틸이었다. ‘말도 안 돼... 내가 공을 뺏겼다고?’ 양지욱은 얼굴이 붉어지며 씩씩거렸지만 더 놀라운 건 그다음이었다. 방우혁이 다시 한 손으로 공을 들어 올렸고 양지욱은 본능적으로 그에게 달려들어 블로킹을 시도했다. 온몸을 솟구쳐 점프했고 전력을 다해 날아올랐다. 하지만 방우혁은 딱 한 걸음 옆으로 피하며 공을 가볍게 날렸다. “슉!” 두 번째 골이 정확히 림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 그러자 모든 관중이 숨을 삼켰다. ‘첫 골은 운이었다고 쳐. 근데 두 번째는 뭐야?’ ‘스틸에... 페이크까지?’ ‘진짜 농구 못 하는 애 맞아?’ 이제 아무도 웃지 않았고 모두가 방우혁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양지욱은 얼굴이 일그러졌고 눈빛은 살기를 품기 시작했다. ‘세 번째. 이건 무조건 내가 찍어야 해.’ 그는 마지막 공을 들고 돌진했다. 양지욱은 이제 수비도 무시하고 곧장 자유투 라인에서 솟구쳐 올랐다. ‘이번엔... 덩크다!’ 관중석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양지욱이 날아올랐어!” “덩크다. 덩크슛!” 모두가 숨죽이며 그의 도약을 지켜봤다. 그런데 그가 날아가는 궤도 위에 누군가 솟구쳐 올랐다. 방우혁이었다. 그는 전혀 힘들이지 않은 듯 수직으로 뛰어올라 양지욱과 같은 높이에 도달했다. “이번엔 못 피해.” 양지욱이 이를 악물었다. 그의 온몸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공을 덩크하려는 손에 더욱더 집중된 힘이 실렸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툭.” 방우혁이 손을 뻗어 그의 손에 있던 공을 가볍게 눌렀다. 양지욱이 아무리 힘을 써도 공은 림 쪽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오히려 마치 솜을 때리는 기분처럼 모든 힘이 허공으로 빠져나가는 듯한 허탈감만이 남았다. “쿵!” 결국 양지욱은 공중에서 중심을 잃고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반면 방우혁은 조용히 공을 손에 쥐고 3점 라인 바깥으로 걸어나가 마지막 슛을 던졌다. “슉!” 공은 또 들어갔다. 3:0. 이건 완패였다. 아무도 말이 없었고 심지어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의 정적이 흘렀다. 심지어 양지욱은 한 골도 넣지 못했고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그는 철저히 패배했다. 그 순간 한소유조차도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멍하니 방우혁을 바라보았다. 조수연은 양지욱이 쓰러져 앉은 걸 보며 얼굴이 일그러졌고 방우혁에게 보내는 눈빛에는 약간의 적의가 담겼다. “양지욱 학생, 팔굽혀펴기 백 개. 시작해.” 방우혁은 짧게 말한 뒤 뒤돌아섰다. 학생들은 본능적으로 그의 길을 비켜주었다.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완벽한 승자의 모습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누군가 중얼거렸다. “방우혁 이 자식, 갑자기 멋있어졌어.” 유지석이 허겁지겁 따라오며 얼굴을 붉히고 말했다. “야, 너 진짜 농구 못 하는 거 맞아? 왜 이제야 보여주는 거냐고. 양지욱 그냥 발라버리네!” “진짜 못 해. 그냥 던지면 들어가는 거지.” 방우혁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됐다. 이제 넌 학교 스타야. 여학생들 눈빛 못 봤냐? 아까 전부 다 널 바라보더라니까. 흐흐...” 유지석은 키득거리며 웃었고 방우혁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이제 더 이상 조용히 살긴 틀렸구먼.’ 그래도 그는 담담했다. ‘사부님 말씀처럼 모든 건 자연스럽게 흐르게 놔두는 거지.’ ... 체육 수업이 끝나고 방우혁은 교실로 돌아왔다. 당연하게도 반 아이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그러거나 말거나였지만 옆자리에 앉은 한소유가 슬쩍 몸을 기울였다. 불쑥 얼굴을 들이밀더니 방우혁의 얼굴 앞 10cm도 안 되는 거리까지 다가왔다. 그 시선에 방우혁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 “흠, 아주 명백하네. 너 나한테 호기심 생겼지? 근데 말이야. 내가 아는 바로는 연애라는 건 대부분 호기심에서 시작된다고 하더라고. 그러니까 조심해. 지금이라도 그 호기심 얼른 꺼버리는 게 좋을 거야.” 방우혁은 진지하게 고개를 돌리면서 한소유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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