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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장 무릎 안 꿇어

김수호는 한참 동안 생각하더니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하강우앞에 무릎 꿇고 털썩 주저앉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YS그룹의 대표이자 김씨 가문의 큰 도련님인 그가 일개 촌놈에게 무릎을 꿇다니, 어찌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만약 이 일이 대외로 알려진다면 중해시가 떠들썩해지는 건 시간문제고 아마 내일 각 언론사의 1면을 장식하는 큰 이슈가 될 것이다. “미안해.” 김수호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사과했다. ‘도련님이 지금 저 사람한테 용서를 비려고 무릎까지 꿇은 거야?’ 직접 목격하지 않았다면 이런 터무니없는 일은 절대 아무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손호윤은 고개를 돌려 안소영을 바라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안 대표님은 안 꿇으세요?” 안소영은 무릎을 꿇고 싶지 않았지만 김수호는 이미 꿇었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소문난 김씨 가문도 손씨 가문의 선전포고에 지레 겁부터 없었는데 아무것도 없는 안씨 가문이 무슨 수로 이를 감당할까? 감히 손호윤에게 따질 수 없었던 안소영은 자연스레 시선을 하강우에게 돌렸다. “끝까지 무릎 꿇게 만들고 싶은 거예요? 사람들이 이렇게 지켜보고 있는데 정말 망신을 줄 건가요?” 비록 지금은 파혼했지만 그녀는 한때 하강우의 약혼녀였다. 안소영은 이 질문을 통해 자신의 마음이 바뀔 수 있다는 걸 티 내면서 하강우에게 기회를 줬다. 물론 이 모든 건 겉치레에 불과할 뿐 절대 마음을 돌릴 생각도, 촌놈과 결혼할 생각도 없었다. 하지만 하강우에게 아직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걸 넌지시 보여주며 걸려들게 만드는 게 안소영의 작전이었다. 안소영은 일부러 하강우를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봤고 마치 괴롭힘을 당한 연약한 여자가 도움을 청하는 듯 아련하면서도 불쌍해 보였다. 그러나 고작 이런 작전에 넘어갈 하강우가 아니었고 되레 싸늘하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 “역겹네요.” “어떻게...” 안소영은 혐오감에 이를 꽉 악물었다. 한편으로는 자신의 미인계가 통하지 않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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