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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장

“왜?” 심경훈이 미간을 찌푸리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하려고 한주일을 꼬박 밤을 지새웠거늘! 원래대로라면 할아버지 생신날 사과할 예정이었지만 오늘 밤 허여찬이 이 곳에 나타난걸 보고는 더는 한 시도 참을수가 없어 이렇게 찾아왔던거다. 왜 이러는진 스스로도 잘 모르겠다. 늘 감정 조절만큼은 잘해왔다고 여겼었는데 언제부턴가 그 스위치가 백서아 손에 들려진것 같달까. “사과하려거든 김은유더러 직접 하라고 해야지, 네가 대신 하는게 무슨 소용이 있어? 둘이 사랑하는 사이라는거 과시하는거야?” 이윽고 강서진이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심경훈을 쏘아보며 말했다. “왜? 김은유가 사람 죽이면 네가 대신 죽어주기라도 할거야?” “백서아, 난 진심으로 사과하러 온 거라고!” 심명훈이 눈시울을 붉히며 언성을 높였다. “일부러 나 화나게 하려고 이러는거지.” 그 말에 강서진이 콧방귀를 뀐다. “야, 미안하다는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으면 함부로 입에 올리지도 마.” “백서아, 너 지금 나한테 트집 잡는거야?” “트집 잡은건 너고. 내가 오라는 말도 안 했는데 네 발로 찾아온거잖아.” 그러면서 강서진이 꽉 잡힌 손목을 움직이려 애를 썼다. “이거 놔! 나 갈거니까!” “그래, 대신 사과한다고 쳐. 그게 뭐 어때서? 어차피 고개 숙인건 난데, 대체 어떻게 해야 만족할래?!” 심경훈이 더는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강서진의 어깨를 흔들어댔다. “난 단 한번도 네가 고개 숙이길 원한적이 없어. 네가 날 사랑해주기만 바랬을 뿐이라고. 알아, 평생 네 사랑같은건 못 받을거라는거. 그래서 받아들였고 힘겹게 놔줬는데 왜 또 이제 와서 날 건드려? 네 눈엔 내가 그렇게 만만해?” 강서진의 그런 본인이 한심하다는듯 웃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빨개진 얼굴이 가뜩이나 예쁜 이목구비를 더욱 생동감 있게 표현해주고 있었다. 그걸 본 심경훈 역시 마음 한 켠이 뜨거워나는 느낌을 받는다. “난 네가 연기처럼 내 인생에서 사라져주길 바래. 그러니까 잘 가.” 그러자 심경훈이 또 한번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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