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장
성소희가 추나연의 손목을 덥석 잡고 묘지 앞으로 끌고와 비석 위에 새겨진 글자를 가리켰다.
“똑바로 봐, 이건 수천 년 전에 법사가 친히 쓴 부문이야!”
추나연이 그런 성소희를 바라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풀 수 있어.”
“......”
절망스럽게 아우성을 지르는 성소희의 목소리는 날카롭다 못해 고막을 찢어버릴 듯 했다.
“근데 왜 얘기 안 해 줬어?”
“네가 안 물어봤잖아.”
“안 물어 보면 안 알려줘? 난 저 빌어먹을 묘지 안에 수천 년을 갇혀 있었어! 수천 년만에 겨우 위력이 주춤해 지니까 마을 근처 산책도 할 수 있었던 거지. 완전히 효력이 사라지려면 수만 년이 걸릴 지도 모른다니까!”
“처음엔 내 묘지 앞에서 말도 하고 보러도 와주더니 이젠 황무지가 돼버렸어.”
“여기서 죽은 다른 사람들은 다 차사들이 데리고 가던데 나만......”
성소희가 울분을 터뜨리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나만 안 데리고 갔어. 나만 여기다 버려 두고.”
“풀 수 있었으면서 왜 말을 안 하냐고! 흐어엉!”
“......”
제 잘못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성소희가 하도 서럽게 우는 탓에 추나연은 다가가 별로 해본 적 없는 위로를 건넸다.
“미안.”
“미안해서 뭐하게? 미안해봤자 풀지도 못할 거면서.”
“풀 수 있다니까.”
그러자 성소희가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럼 뭐해! 얼른 풀어야지! 난 더 이상 1초도 여기 있고 싶지 않아.”
“......”
뭔가 꼼수에 넘어간 것 같은 느낌!
우광석과 소립은 묘지 주인이 출입을 허락했다는 말을 듣고는 흥분에 겨워 곧바로 추나연에게 필요한 것들을 준비해 줬다.
그날은 마침 맑게 개인 하늘과 햇살이 적당했다.
제사상이 비석 앞에 놓여졌고 그 위엔 커다란 향로 하나, 촛대 하나와 향통 한 쌍이 놓여졌다.
복숭아 나무 목검도 함께.
성소희는 흥분과 걱정이 뒤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냥 평범한 목검 같은 데, 저게 돼요?”
“나연이 믿어.”
“나연 언니 엄청 대단해.”
그래도 성소희는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그 도사는 깃발에, 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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