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장
제사상 앞에 선 추나연이 앞에 있는 비석을 주시했다.
이윽고 손가락 사이에서 나타난 부적과 함께 뭔가를 중얼거리자 부적 대신 제사상에 있는 촛불이 환해졌다.
촛불에 불이 켜짐과 동시에 보이지 않는 힘이 생기듯 흔들거리던 미풍이 멈춘다.
나붓기던 잎들도, 새들의 지저귐 소리까지 천천히.
주위를 빙 둘러싼 사람들 전부가 엄습해오는 무언가를 느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는 무언가를.
“언니 왜 그래?”
송지아가 검으락푸르락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성소희를 올려다 봤다.
성소희는 고개를 저으면서도 눈은 줄곧 비석 쪽을 빤히 쳐다봤다.
“난 괜찮아.”
유독 제사상 앞에 서있는 추나연만이 덤덤함을 유지하고 있다.
복숭아나무 목검을 들어 두 손가락으로 사악 스치니 순식간에 목검이 짙은 붉은색 광택으로 물들었다.
스윽.
추나연이 검으로 비석을 가리켰다.
영력이 소모되지만 않았어도 이런 수고는 덜었을 텐데.
속으로 무언가를 외우기 시작하니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하던 묘지 주위에서 별안간 돌풍이 불어제끼기 시작했다.
흔들거리던 사람들과 달이 추나연은 끄덕하지 않은 채 목검 끝에서 부적 한 장을 꺼내 들었다.
추나연의 손을 벗어난 부족은 휙 날아가 비석의 부문이 있는 데에 착 달라 붙었다.
더욱 맹렬해지는 바람에 제사상마저 흔들리기 시작한 상태.
목검을 반대로 잡은 추나연이 두 손에 힘을 줘 그걸 그대로 제사상에 꽂아 버렸다.
그러자 거의 꺼져가던 촛불의 불씨가 다시 되살아나며 어떠한 힘이 센 바람을 막아주기 시작했다.
비석에 붙여진 부적에서 선홍빛의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모든 부적들은 빨갛게 물든 뒤에야 다시 추나연의 손에 들어왔다.
검을 다시 빼들어 부적에 꽂은 뒤 촛불 앞에 갖다댔다.
가장 잘 타는 부적이 어쩐 일인지 느릿느릿 타들어갔다.
그렇게 겨우 겨우 부적을 모두 태우자 기승을 부리던 광풍이 잦아들며 자연의 소리가 다시금 들려오기 시작했다.
주원재는 한숨을 푹 내쉬며 땅에 주저앉더니 땀범벅이 된 이마를 쓸어내렸다.
우광석과 소립 역시 사색이 되어있긴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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