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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장

“이런 고전폐 좋아해?” 송진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런 건 골동품도 아니지 않아? 골동품이 좋은 거면 우리 집에 그림이며 골동품들 많아. 선물로 줄게.” 추나연은 함 한 가득 담긴 고전폐를 보며 곤색 모자를 쓴 사장에게 물었다. “이거 얼마예요?” 사장은 대나무 의자에 기대앉아 부채를 흔들었다. 속세에서 벗어난 사람 같은 모습이었지만 하는 말은 시장 상인 티가 가득했다. “10억.” 추나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송진하가 먼저 펄쩍 뛰었다. “이건 뭐 강도도 아니고! 이게 뭔데 10억이나 합니까! 안 사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추나연이 그를 향해 말했다. “돈 내요.” “….” 송진하는 할 말을 잃었다. “나연 누님, 이건….” 그는 작은 상자 가득한 고전폐를 가리켰다. “이 상자 안에 물건이 10억이나 한다고?” 송진하의 말이 끝나자마자 사장은 발끝으로 바닥을 탁 찧더니 부채를 탁 접었다. “친구, 나에게 아주 상급의 청동 엽전이 있는데, 보실라우?” 추나연은 고전폐가 가득 담긴 상자를 닫은 뒤 품에 안았다. “네.” 그렇게 대답을 한 그녀는 사장을 따라 등 뒤에 있는 가게에 ㄷ르어갔다. 그 광경을 본 송진하는 속으로 망했다고 외쳤다. 다른 여자들은 명품백이나 좋아하고 화장품이나 사 모으길 좋아하는데 이렇게 고전폐를 좋아하는 여자는 또 난생처음이었다. 가게 안으로 들어간 송진하는 그제야 이 가게에서 파는 물건이 남다르다는 걸 알아챘다. 파는 것들은 대부분 명기, 황지, 주사 그리고 붉은 바탕에 검은 글자의 깃발이 벽에 걸려 있었다. 사장은 진열대 아래에서 짙은 붉은색의 고목 상자를 꺼냈다. 열자 안에서 수백 매의 엽전이 드러났다. “이 상자에, 자네 손에 들고 있는 것까지 다 합해서 10억.” 추나연은 그중 하나를 꺼내 손에 들고 살폈다. “네, 주세요.” 추나연은 송진하를 쳐다봤다. “….” 송진하는 조용히 주머니에서 카드 하나를 꺼내 건넸다. “이걸로 결제할게요.” 사장은 히히 웃으면서 모자를 만지더니 카드를 받아 들더니 자연스럽게 카드를 긁었다. 카드를 긁은 그는 배시시 웃으며 추나연에게 말했다. “앞으로 사고 싶은 게 있으면 얼마든지 우리 가게로 와. 언제나 거짓 없이 진실한 가격에 제대로 된 물건을 제공해 주지.” 추나연은 사장이 꺼내 건네는 명함을 받았다. “네.” 그 상자를 들어 본 송진하는 사장을 노려본 뒤 추나연을 따라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시간이 아직 이른 탓에 추나연과 그는 전통 거리를 좀 더 돌아다녔다. 두 사람은 사주풀이 매대 앞에 섰다. 알이 작은 선글라스를 쓴 점쟁이는 별안간 하얗게 센 수염을 쓸어내렸다. “여기 도련님, 눈썹 사이가 검은 것이 사흘 내로 피를 보겠구만 그래.” 그 말에 우뚝 걸음을 멈춘 송진하는 그 점쟁이를 노려봤다. 파란 개량 한복에 수염을 길게 기른 그는 속세에서 벗어나 수련하는 은둔 고수 같은 모습이었다. “흥!” 코웃음을 친 그는 그대로 걸음을 옮겼다. 점쟁이는 손을 들어 손가락으로 계산하다 놀란 얼굴을 했다. “피를 적게 보진 않을 것 같군. 이걸 깨지 않으면….” “어떤데요?” 송진하는 긴장 어린 말투로 물었다. “최소 부상이고 심각하면 목숨까지 위험하겠어.” 점쟁이는 아주 의미심장한 얼굴을 했다. “….” 그는 고개를 돌려 추나연을 쳐다봤다. 추나연이 담담하게 구경이나 하는 얼굴을 본 그는 점쟁이가 사기꾼이라는 걸 알아챘다. 사기꾼이라는 걸 아니 갑자기 흥미가 돋았다. 일부러 잔뜩 긴장한 체를 한 그가 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점쟁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늘이 날 자네를 만나게 한 걸 보니, 우리 둘은 인연인가 보네. 하늘은 자네의 재앙을 풀어주라고 나를 보낸 걸 거야.” “감사합니다, 법사님.” “….” 법사는 침묵했다. 이게 다라니! 왜 이렇게 눈치가 없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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