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장
송진하가 한참이 지나도 더 움직일 생각도 없고 돈을 줄 생각도 없어 보이자 점쟁이는 얼굴이 일그러졌다.
“비록 우리가 연이 있지만 도교에는 인과라는 게 있지. 내 맘대로 천기를 누설한다면 내 오행에게 불리해. 그러니 자네가 신외무물을 내주어야 하네.”
송진하는 여전히 모르겠다는 얼굴을 했다.
“잘 모르겟는데요.”
“….”
대체 모르는 척을 하는 건지 진짜 모르는 건지! 점쟁이는 답답해졌다.
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돈을 좀 내면 재를 면할 수 있네.”
“얼마를 내야 하는 걸까요?”
법사는 검은 선글라스를 통해 눈앞에 있는 사람의 옷차림을 살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죄다 명품인 데다 건들거리는 모양새를 보니 부자가 분명했다.
“1억이면 되네.”
흥미롭게 듣고 있던 송진하는 1억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오늘 그는 추나연에게 이런 사기꾼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는 그대로 발을 들어 테이블을 걷어찼다.
“1억? 요즘 사기꾼들은 이렇게 막 나가나? 지금 당장 신고해서 확 처넣어줘?”
“….”
점쟁이는 미간을 찌푸렸다.
“자네, 내가 선심을 써서 자네의 살을 없애주겠다는데 고마워하기는커녕 이렇게 은혜를 원수로 갚다니. 나를 건드리면 어떻게 될지 안 무서운가 봐?”
그는 손가락을 들어 계산했다.
“자네 팔자가 지금 내 손에 있어.”
“자네는 기묘년 계유월 계유일 갑인시 출생에 성벽 토, 검봉 금, 대계 수로 오행에 금이 부족하군. 팔자는 조금 강하고 불을 좋아하는군.”
“내 말이 맞나?”
그는 자신만만하게 송진하를 쳐다봤다.
송진하는 자신의 팔자에 대해 전혀 몰라서 추나연을 쳐다봤다.
추나연이 표정이 바뀐 것을 본 그는 속으로 당황했다.
설마 상대의 말이 맞는 건가?
점쟁이는 냉소를 흘렸다.
“내가 선심을 써서 도와주겠다는데 감히 나를 협박을 해? 그렇다면 내 자네의 불손함에 대해 엄벌을 내리도록 하지.”
말을 마친 그는 테이블에서 붓을 들어 주사를 묻힌 뒤 황지에 송진하의 팔자를 척척 적었다.
그가 붓을 내려놓자 냉랭한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았지만 붓을 든 손이 그대로 떨리며 주사가 황지에 툭 떨어졌다.
“당신, 을묘년, 을유월, 계해일 자시에 태어났고 오행은 물에 속하는군요. 관살이 있는 것이 징역살이를 한 적이 있겠군요.”
“어렸을 땐 집안이 풍족했고 소년 시기에 조부의 사업이 기울며 성정이 크게 변했고 청년 시기엔 양부모 모두 사망하고 중년에는 이혼을 하겠군요.”
“더 함부로 굴었다간 당신의 화는 유일한 딸에게로 향할 겁니다.”
붓을 들어 글을 쓰던 법사의 몸이 굳더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추나연을 쳐다봤다.
다른 일들은 조사로 알 수 있겠지만 그에게 딸이 있다는 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당시 그는 징역살이를 하고 있을 때 아내는 그에게 이혼을 요구했었다. 그리고 그가 감옥에서 나왔을 땐 아내는 이미 재혼한 상태였다.
원래는 아내의 가정에 보복을 하려 햇지만 자신과 제법 닮은 딸을 보게 되었고 몰래 머리카락을 훔쳐 유전자 확인 검사를 해본 뒤에야 그 아이가 자신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됐다.
이 일을 아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그는 잠시 그대로 굳어있다가 별안간 추나연에게로 달려가더니 털썩 무릎을 꿇었다.
“법사님, 저 좀 구해주십시오.”
“….”
추나연은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당신은 가족연 없이 고독하게 지낼 명입니다. 선을 행하고 덕을 쌓지 않으면 노년에는 병마에 시달리다 홀로 고독하게 갈 거예요.”
점쟁이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먹거렸다.
“정말 이해가 안 돼요. 전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힘겹게 살아야 하는 건가요?”
추나연이 입을 열었다.
“전생의 인과를 현생이 갚는 것이지요. 게다가 잘못을 안 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아무런 배움도 없이 돈을 흥청망청 쓰시고 가세가 기울이는 데도 노력을 할 생각이 없으시고.”
“현명한 아내를 들였는데도 가정에 집중을 하지 않아 부부 사이를 악화시켰죠.”
“여러 번 사기까지 친 탓에 징역까지 살게 되었지요.”
“이 모든 일은 다 당신이 스스로 불러온 업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