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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나봉희가 박해일을 매섭게 째려보며 말했다. “그 부잣집 아가씨가 도범을 속였으면 어떡하려고? 나는 그게 걱정되어서 직접 이곳까지 와서 확인해 보려는 거야. 만약 도범이 돌아와서 우리에게 거짓말을 하면 어떡하니?” “해일아 난 어머님 말씀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만약 출근도 못하고 아무도 안 써주는데 돌아와서 출근하고 있다고 우리를 속이면 어떡해? 그렇기 때문에 확인하려는 거야. 저 자가 무사히 출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직접 확인하는 거야. 그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야!” 곁에 있던 장소연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세 사람은 함께 대문만 지켜보고 있었다. 도범이 스쿠터를 몰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대문을 지키고 있던 보디가드들이 그를 막아섰다. “너 뭐야? 여기가 스쿠터나 끌고 함부로 들어올 수 있는 곳인 줄 알아? 여기가 어딘 줄은 알긴 해? 여기는 용 씨 가문 저택이야! 너처럼 스쿠터나 몰고 다니는 사람이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 그중 한 남자가 도범의 행색을 보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도범이 문 옆에 스쿠터를 세워두고 내렸다. “스쿠터를 몰고 들어갈 수 없으면 어디에 세우면 되지?” “하하 뭐 이런 웃기는 자식이 다 있어?” 다른 한 남자가 곁에서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용 씨 저택이 얼마나 크다고, 당연히 전문적인 공용 주차장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 우리 보디가드들도 주차할 수 있지. 하지만 소형차만 주차할 수 있고 스쿠터를 세울 곳 따위는 없어!” “그러게 말이야. 우리는 한 달에 5천에서 6천만씩 받으니까 몇천만씩 하는 차는 쉽게 살 수 있지. 누가 그런 스쿠터를 타고 출근하겠어?” 남자가 비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당신은 뭐 하러 온 거야? 설마 길을 잘못 든 건 아니겠지?” “아 나도 여기 보디가드로 온 거야. 둘째 아가씨한테 스카우트를 받아서 왔어!” 도범이 씩 웃으며 담배를 꺼내서 상대방에게 건넸다. 그 나름의 예의를 표한 것이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도범이 건넨 담배를 그저 힐끗 바라보기만 할 뿐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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