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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참, 방금 그 일은 장모님이나 가족들한테 알리지 않는 게 좋겠어. 괜히 걱정하게 하지 말자.” 도범이 잠시 고민하더니 박시율에게 말했다. 박시율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게 좋겠어. 이번에는 한 씨 그룹 도련님을 건드린 거니까. 어머니가 알면 또 괜히 당신만 욕먹을 거야!” 그녀는 자신의 품에 안긴 수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수아야, 방금 아빠가 나쁜 사람들을 무찌른 거 외할머니와 친할머니한테는 알려주지 말자!” “알았어!” 수아가 얌전하게 머리를 끄덕였다. 그때 공원으로 산책하러 나갔던 서정과 지유가 돌아왔다. “수아야, 할머니가 우리 수아 주려고 뭐 사 왔는지 한번 보렴!” 서정이 수아를 보고 환하게 웃으며 붕어빵을 내밀었다. “와 붕어빵이다!” 붕어빵을 본 수아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박시율이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자 곧장 서정한테 달려갔다. “참, 당신도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옷 좀 사야 하는 거 아니야?” 박시율이 도범을 바라보았다. “아니야. 지금 입은 옷도 괜찮은걸. 조금 낡았을 뿐이지 못 입을 정도도 아닌데 뭐.” 도범이 씩 웃었다. 입는 것과 먹는 것에 대해서 그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었다. 지금은 오직 지난 몇 년간 자신의 어머니와 박시율한테 진 빚을 갚고 싶을 뿐이었다. 가끔 나봉희가 그에게 모질게 대해도 그는 대꾸하지 않았었다. 분명한 건 지난 5년간 확실히 자신 때문에 그들이 온갖 고생을 해왔기 때문이었다. 도범은 속으로 그들에게 부채감을 느끼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온 집식구들이 모여 앉아 즐겁게 저녁 식사를 하고 휴식을 취했다. 이튿날 아침, 일찍 일어난 도범은 박영호에게 두 번째 치료를 해주었다. 치료를 끝낸 뒤에는 전기스쿠터를 몰고 박시율과 함께 출근길에 올랐다. 그런데 그들이 스쿠터를 타고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봉희와 박해일, 장소연 세 사람이 그들 몰래 차를 타고 도범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도범은 먼저 용진그룹 본부에 도착하여 박시율이 회사에 들어가는 것을 배웅해 주고 다시 스쿠터를 몰고 느긋하게 용 씨 가문의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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