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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박시율한테서 나는 향긋한 내음이 왕호의 마음을 거세게 흔들었다. 박시율은 왕호한테서 나는 술 냄새에 속이 메슥거려 곧바로 있는 힘껏 그를 밀쳐버렸다. “당신 선 넘지 마!” 왕호는 가만히 서서 그녀를 안았던 여운을 되새기고 있었다. 자그마치 5년이었다. 그는 그녀를 너무나 오랫동안 짝사랑하고 있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그는 그녀의 손도 한번 잡아 보지 못했다. 불과 몇 초전, 그가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았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꿈이라면 깨고 싶지 않았다. “하하, 내가 선을 넘었다고?” 왕호가 씩 웃더니 어깨를 으쓱거렸다. “알았어. 넌 내가 좋아하는 여자니까 나도 그만큼 널 존중해 주지. 그럼 이렇게 해. 네가 지금 8억 1600만 원을 내놓을 수 있으면 이대로 순순히 돌아가도 좋아. 그런데 네가 계산할 돈이 없다면 내가 선 넘는 걸 할 자격이 없어.” “난…” 박시율의 얼굴이 급격하게 어두워졌다. 그녀가 무기력하게 답했다. “우리한테는 그만한 돈이 없어!” “돈이 없어?” 왕호가 비열하게 웃었다. “돈이 없으면 네 남편의 목숨을 걸어서라도 갚아야지. 그러면 네 딸은 아빠를 잃을 거고, 네 부모 역시 멀쩡하게는 못 나가겠지. 아, 내 부하들이 좀 거칠어서 말이야!” 박시율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지는 것을 본 왕호가 이어서 말했다. “시윤아, 난 정말 진심으로 너를 좋아해. 이러는 건 어때? 나도 너를 괴롭히고 싶지 않으니까, 오늘 밤 나랑 커피 마시러 나가서 얘기 좀 하고 영화까지 보면 이번 일은 없던 걸로 해줄게!” “그냥 커피 마시고 영화만 보면 된다고?” 박시율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눈썹을 찌푸렸다. 마음속에는 불안이 가시지 않았다. 비록 예전에 왕호가 그녀를 존중해 주긴 했었지만 오늘 일만 봐도 그가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하하, 네가 만약 다른 걸 하고 싶다면 그것도 가능하지!” 왕호가 씩 웃으며 말했다. “사실 내가 원하는 건 그렇게 큰 게 아니야. 내가 널 오랜 시간 동안 쫓아다녔었는데 네가 한 번도 나랑 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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