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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전쟁이 터진 후 온 대지는 먼지로 뒤덮였고 곳곳에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석양이 비친 하늘 아래 까마귀만이 슬프게 울고 있었다. 도범의 연주에 모든 사람들이 넋을 놓고 있었다. 그들은 가슴이 세차게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심지어 그들은 전쟁의 매 순간순간의 화면이 자신들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더 이상 아무도 도범을 우둔하다고 여기지 않았고, 아무고 그를 음악을 모르는 사람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도범과 마주 선 그들이 세상 물정 모르고 날뛰던 아이처럼 느껴졌다. 박시율이 너무 놀라 멍하니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녀는 도범의 피아노 연주 실력이 이미 달인 급에 오를 지경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멍하니 서서 뭐해? 빨리 가!” 겨우 정신을 차린 나세리가 가볍게 박시율의 등을 떠밀었다. 떠밀려 나온 박시율은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곧바로 그녀는 1자로 다리를 찢으며 바닥에 앉았고 몸을 살짝 뒤로 젖혔다. 그 모습은 마치 상처 입은 한 마리의 백조와도 같았다. 그녀의 몸은 너무나 유연했다. 두 손은 하염없이 나풀거리며 음표에 맞추어 하늘하늘 춤을 추기 시작했다. 음악과 춤이 점차 하나로 융합되기 시작했다. 그녀가 두 다리로 바닥을 한 번 쓱 훑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박시율은 이미 이 음악과 춤에 주체할 수없이 도취되어 있었다. 돌아왔다. 이제 모든 것이 돌아왔다. 박시율은 마치 다시 예전 그 무대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그때의 그 익숙했던 감각과, 그 뜨거웠던 격정과, 그 집요한 마음까지 되찾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연주가 끝났고 춤도 막을 내렸다! 모든 사람들은 그 춤과 음악이 주는 전율 속에서 오랫동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브라보!” 갑자기 전대영이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곧바로 다른 사람들 역시 자기도 모르게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 그들은 방금 전까지 도범을 얼마나 무시했었던지 그런 건 상관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 음악과 이 아름다운 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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