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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박시율이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도범은 비록 때때로 그녀에게 부드럽게 대해주어서 전혀 우둔한 남자로 보이지 않지만 피아노 연주라니, 그가 피아노를 연주할 줄 알 리가 없었다. 그들과 같은 음악인들한테는 음악과 춤은 무척 신성한 것으로 영혼과 영혼의 소통과도 같았기에 절대 아무나 함부로 접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비록 그녀는 도범이 어떤 연주를 펼칠지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만약 그가 엉망진창으로 연주한다면 아무리 그녀가 춤을 잘 춘다고 해도 맞춰주기 힘들었다. 적어도 도범의 실력이 어느 정도는 되어야 그녀도 그 연주에 맞추어 춤을 출 수 있었다. “역, 역시 그만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이따가 노래하고 술 마시면 되지!” 박시율이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매우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녀의 눈빛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쉽게 발견하지 못할 실망한 기색이 어렴풋이 보였다. 솔직히 그녀는 춤을 추지 않은 지가 몇 년은 되었었다. 이제는 예전에 무대 위에서 아름답고 유연한 자태를 뽐내며 마치 한 마리의 꾀꼬리와도 같았던 박시율의 모습은 가물가물해진 정도였다. 그때의 그녀는 무대에만 서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곤 했었다. 예전 그녀의 무대를 보노라면 마치 그 무대가 온전히 그녀만을 위해 꾸며진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무대 아래의 박수 소리는 그녀를 더욱 만족스럽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세월이 많이 흘렀고 환경도 많이 달라졌다. 지금의 그녀는 다시는 예전과 같은 그런 느낌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와 춤을 추는 느낌을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역시 그만두지 그래. 네 그 손에는 칼이나 총이 어울리지. 이런 우아한 문예활동 쪽은 정말이지 하하, 그런 추태는 부리지 않는 게 좋지 않겠어?” 이혜민이 그를 비웃기 시작했다. “방민석, 예전에 네 피아노 연주 실력이 엄청났던 걸로 기억하는데. 만약 네가 피아노를 연주하고 시율이가 춤을 추면 분명 흠잡을 곳 없이 완벽하게 어우러질 거야. 그래야만 음악과 춤이 완벽하게 융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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