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화

레스토랑 내부, 얼굴이 새파래질 정도로 화가 난 나봉희가 씩씩거리고 있었다. 도범만 아니었다면 그녀가 지난 5년간 다른 사람들의 무시와 비웃음을 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이 다 도범 때문이었다. 다 이 쓸모없는 사위 놈 때문이다. 순간 그곳에서는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성 씨 집안 도련님과 왕 씨 집안 도련님 모두 이류 가문(二流世家)의 도련님들로 박 씨 가문보다 더 큰 재벌가였다. 나봉희는 왕 씨 집안 도련님이 100억도 내놓을 수 있다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눈앞에 있는 이 퇴역한 망할 군인을 내쫓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녀는 도범이 몹시 증오스러웠다. 결혼식을 올린 그날 밤, 이 망할 자식이 자신의 딸아이가 술에 취한 틈을 타서 그녀의 순결을 빼앗아 갔을 것이다. 나봉희는 절대로 그런 그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도범이 어떻게 이 상황을 마무리 지을 것인지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듣기로는 전장에서 돌아온 퇴역 군인들은 확실히 적지 않은 상금을 받는다고 했다. 하지만 보통은 5천~6천만 정도였고, 공을 세웠거나 말단 직책이라도 맡은 사람만이 더 많은 상금을 가질 수 있었다. 확실한 것은 도범이 절대 그런 사람에 속할 리가 없다는 것이다. 오늘 도범은 자신의 딸아이의 관심을 받으려고 이미 꽤 많은 돈을 썼었기에 이제 수중에 돈이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만약 자신이 더 많은 음식을 시키면 도범은 아마 자신을 이 레스토랑에 팔아넘겨야 할 신세가 될 것이다. “이거, 이거 각각 두 개씩 주시고, 이것도 괜찮아 보이네요 주세요.” 순간 메뉴판 아래쪽에 적힌 술 가격이 나봉희의 눈에 띄었다. 메뉴판에는 일반 사람들이 쉽게 소비할 수 있는 몇 천 원에 한 병인 와인도 있었지만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해 준비된 와인도 있었다. 심지어 가장 비싼 와인은 한 병에 4백만 원씩 했다. “이 와인, 한 병에 4백만 원씩 하는 이거 스무 병 주세요. 시율이 아버지가 지난 몇 년간 심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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