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Open the Webfic App to read more wonderful content

제20화

“신난다, 나가서 밥 먹는다!” 수아가 예쁜 공주 원피스를 입은 채 마당에서 뛰어다녔다. “아가씨,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 지유가 박시율을 보며 말했다. “너 또 남자친구 만나러 가는 거지? 그래, 얼른 가 봐.” 박시율이 지유를 놀리며 말했다. 마침 샤워를 마친 서정이 오늘 도범이 사준 새 옷을 입고 나왔다. 마흔이 넘은 나이였지만 옷을 바꾸고 나니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귀한 티까지 났다. 서정은 원래 예쁘게 생긴 데다가 타고난 귀티 덕에 평소 청소부 옷을 입고 출근해도 다른 이의 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분위기를 내뿜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도범의 아버지가 그녀를 따라다녔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어머니, 이 옷 입으니까 너무 예쁘세요!” 박시율이 서정을 보며 말했다. “얘는, 내가 나이가 얼마인데 예쁘기는.” 그러자 문 앞에서 그 모습을 보던 나봉희가 비아냥거렸다. “누가 자기 친엄마인지도 모르겠네…”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박영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나봉희를 툭 치더니 말했다. “도범이 내 다리를 고쳐준다는 거 정말일까?” “저놈 말도 믿는 거야? 도범이 어떤 놈인지 당신 몰라서 그래? 그냥 전쟁터에서 싸우다가 돌아온 전사일 뿐이야. 그런데 당신 다리를 고쳐준다고? 안 부러뜨리면 다행인 거지.” “......” 박영호는 말문이 막혔다. “이 자식은 샤워 하나 하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배고파 죽겠구만.” 나봉희가 화장실을 보며 구시렁거렸다. “이제 5분 지나갔어, 당신은 방금 반 시간 동안 씻었잖아.” 박영호가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집은 보기에는 낡았지만 그나마 시내와 가까이 있었기에 도범이 다 씻은 뒤, 그들은 산책도 할 겸 밥 먹을 곳을 고르기 시작했다. “이 집은 안 돼, 너무 후져.” “이 집은 더 안 돼, 만 원짜리 뷔페라니, 먹을 것도 없을 거야.” 나봉희가 걸으며 도범을 비꼬았다. “도범, 네가 밥을 사 준다고 했으니 나는 좋은 데서 먹어야겠어. 돈은 넉넉히 준비한 거겠지? 이따 밥 다 먹고 돈 없다고 하지 마.”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처음으로 다 같이 밥을 먹으러 나왔으니 좋은 거 먹어야죠, 장모님 마음에 드는 집에 가서 드시고 싶은 만큼 드세요.” 그러다가 박시율 품에 안긴 수아를 본 도범이 손을 내밀고 말했다. “수아, 아빠한테 안겨.” 하지만 수아는 도범이 익숙하지 않은 듯 큰 눈을 뜬 채 박시율을 바라보며 그녀의 동의를 구하는 듯했다. “수아야, 이분은 수아 아빠야, 얼른 아빠라고 부르고 안겨야지.” 박시율이 복잡한 마음으로 아이를 바라봤다. 그녀는 역시나 아이에게는 아버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아이는 태어나던 그날부터 기나긴 기다림을 시작했다. 박시율은 혹시나 도범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을까 봐 걱정을 했었다. “아, 아빠!” 수아가 손을 내밀더니 앳된 목소리로 도범에게 아빠라고 불렀다. 그 목소리를 들으니 도범은 감개무량했다. 자신의 딸이 처음으로 자신에게 아빠라고 불렀다. 5년 동안 전쟁터에서만 살다 보니 자신이 냉혈한이 된 것만 같다고 생각했던 도범은 아빠라는 소리를 듣자마자 속수무책으로 녹아내렸다. “이 집이 좋겠어, 꽤 괜찮아 보이네.” 도범이 수아를 품에 안으려는 찰나, 나봉희는 드디어 마음에 드는 식당을 골라냈다. 큰 레스토랑은 아니었지만 인테리어를 보아하니 나름 괜찮아 보였다. 관건적인 것은 레스토랑이 자리 잡은 곳의 임대료가 만만치 않았기에 음식의 가격도 싸지는 않았다는 것이었다. “네, 역시 장모님 눈빛이 좋네요, 보기만 해도 분위기 있어 보여요. 인테리어도 괜찮고 클래식까지 틀어놓았네요, 역시 누릴 줄 아는 사람만이 선택할 곳이네요.” 도범이 레스토랑을 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누가 골랐는데.” 나봉희가 오만한 얼굴로 대답하더니 다시 도범을 흘겨봤다. “나 칭찬 좀 해줬다고 너를 용서해 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 20억을 무조건 내놓아야 해…” ...... “어서 오세요, 자리 안내해 드릴게요.”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서자 웨이터가 인사를 건넸다. “창가 자리로 안내해 주세요.” 도범이 말하자 웨이터가 그들을 자리로 안내하더니 메뉴판을 들고 다가왔다. “내가 주문할게.” 메뉴판을 가지고 간 나봉희가 한 번 훑어보더니 랍스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괜찮아 보이네요, 이거 한 마리에 20만 원 정도 하죠? 우리 한 사람에 한 마리씩 주세요.” “어머니, 그렇게 많이 시킬 필요 없어요, 결국 낭비할 거라고요.” 박시율이 말했다. 자신의 어머니께서 도범을 난감하게 하기로 작정한 것 같아 그녀는 어이가 없어졌다. “딸, 그게 무슨 말이야? 한 달에 60억을 벌어야 하니 하루에 적어도 2억은 벌어야 하는 거잖아, 그런 사람이 이 밥 한 끼 못 사주겠어?” 나봉희가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다. 나봉희의 말을 들은 주위 사람들이 그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뭐? 저 남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하루에 2억이라니, 허풍 아니야? 한 달에 60억이면 일 년에 720억 인 거잖아.” 한 여자가 놀라서 말했다. “대단한데, 그런데 옷차림은 평범하네.” “정말이야? 한 달에 60억을 벌고 이런 곳에 와서 밥을 먹는다고? 5성급 호텔로 가야지.” “여기는 뭐 싼 줄 알아? 몇 천만 원은 쉽게 나오는 곳이잖아.”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도범을 보며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어떤 이는 부러워했고 어떤 이는 의심했다. 어떤 이는 도범이 도대체 어떤 사람이어서 그렇게 대단한 능력을 지녔는지 궁금해했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자 나봉희가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었다. 이따 도범이 돈이 없어 계산을 하지 못한다면 체면을 깎일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때가 되어서도 자신의 딸과 이혼을 하지 않겠다고 할 낯짝이 있는지 그녀는 지켜볼 생각이었다. “어머니, 음식 주문하는데 그렇게 큰 목소리로 할 필요 있으세요?” 박시율이 물었다. “미안, 내가 원래 목청이 좀 커.” 나봉희가 웃으며 팔짱을 꼈다. “도범, 설마 싫어하는 거 아니지? 우리 시율이가 중주의 도련님들 사이에서 최고의 미녀로 꼽히고 있다는 거 너도 알고 있지. 귀중한 몸이니 이런 대접받는 것도 당연하잖아, 네가 이런 밥도 우리 시율이한테 사 먹일 수 없다면 그 옆에 남아있을 자격도 없다는 거야. 그러니까 얼른 떠나, 왕 도련님이나 성 도련님 같은 부잣집 자제들만이 내 딸한테 행복을 줄 수 있어.” 말을 멈췄던 나봉희가 도범의 눈을 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그리고 너는 내 딸과 우리 가족을 불행하게 만들 수밖에 없어, 그러니까 스스로 쪽팔리게 하는 짓 하지 마.” 하지만 도범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차갑게 웃었다. “장모님, 밥 먹는데 말이 많으시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시율이 행복은 제가 지켜줄 겁니다. 오늘 저녁에 이 레스토랑의 모든 메뉴들을 한 번 맛보죠, 제가 사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럼 어디 한 번 맛 좀 보자.” 말을 하는 나봉희가 입꼬리가 살짝 떨렸다. 그녀는 오늘 도범에게 잔인함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 Webfic, All rights reserved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