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회장님, 회장님, 제가 드디어 도범에 대해서 조금 알아냈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광재가 다급하게 용준혁에게 말했다. “이상한 점?” 광재의 말을 들은 용준혁이 의아하게 물었다. 광재가 이런 말로 도범을 형용할 줄 몰랐다는 얼굴이었다. “이게 보세요, 부대 쪽 사람한테 부탁해서 비밀리에 알아낸 도범 정보입니다. 그런데 이름이랑 주민등록번호, 예전에 배달부로 일하다가 박 씨 집안의 데릴사위로 들어가 결혼식을 올린 이튿날, 부대를 따라 전쟁터에 나갔다는 정황밖에 없습니다. 그 뒤로는 아무것도 조사할 수 없습니다. 그저 5년 뒤에 다시 중주로 돌아왔다는 것이 전부입니다.” 광재가 미간을 찌푸리고 다시 말을 이었다. “이거 너무 이상하지 않습니까? 부대에 있을 때, 어느 부대에 귀속되어 있었는지도 알 수 없고 심지어 어머니인 서정은 지금 중주에서 청소부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도 알 수 없고 부대에 있는 동안의 정보는 아예 찾아볼 수도 없다…” 용준혁이 생각에 잠겼다. “누군가가 일부러 도범의 정보를 지웠나 보네, 아니면 이 정보는 그저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뿐인 거야. 어쩌면 도범의 개인비밀정보가 따로 있을 지도 몰라.” “회장님, 그렇게 되면 도범의 신분이 결코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거 아닌가요. 아니면 부대 쪽에서 이렇게 이 자의 신분을 감출 리가 없잖아요, 다른 사람이 도범에 대해 조사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분명합니다.” ‘부대 쪽에서 이렇게까지 감춰줄 필요가 있는 사람이라면 전신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전신이랑 결코 멀지는 않을 거야.’ 광재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용준혁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는 계속 조사를 해보거라, 지금 도범이 중주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봐. 박 씨 집안의 데릴사위로 들어갔다고 했으니 박 씨 집안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도범이 박 씨 집안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 전부 알아봐,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해 보도록 해.” “네, 회장님. 저도 이 사람이 절대 간단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광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 중주에 전신 혼자 돌아온 것이 아니라 또 다른 대단한 인물도 함께 돌아왔나 보네요!” “우리 용 씨 집안에게 아주 좋은 기회가 되겠구나!” 용준혁이 웃으며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도범이 지금 어디에서 지내고 있는지 알아봐, 나는 지금 도범을 만나기 불편하니까. 오전에 금방 나를 만났는데 저녁에 또 나를 만나게 된다면 내가 자기를 조사하고 있다고 의심할 거야. 천수나 천지를 보내서 한 번 만나보게 하는 것도 좋겠어.” “좋은 생각입니다,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박 씨 집안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는 천천히 알아보고 지금 어디에 있는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한 시간 안에 알아낼 수 있을 겁니다.” 광재가 웃으며 말했다. 집으로 돌아온 도범은 그제야 한 가지 일이 생각났다. “자기야, 나는 오늘 어디서 자?” 그것은 바로 자신의 잠자리였다. 도범의 말을 들은 박시율이 얼굴을 붉혔다. 두 사람은 부부였고 딸까지 낳은 사이였지만 결혼식을 올린 그날 밤, 모두 술에 취한 상태에서 행한 일이었다.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박시율은 어떻게 대답해야 좋을지 몰랐다. 난감해하는 박시율을 본 도범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빈 방 있으면 내가 거기에서 잘게.” “방은 몇 개밖에 없어, 너희 어머님 하나, 우리 부모님 하나, 내 동생은 가끔 돌아오긴 하지만 동생 방 하나, 그리고 나랑 수아 방까지 해서 모두 4개야, 남는 방은 없어. 지유는 밖에서 따로 월세를 내면서 살고 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지유가 지낼 방도 없었을 거야.” 박시율의 대답을 들은 도범이 난감하다는 듯 웃었다. “창고라도 상관없어, 비바람만 피할 수 있으면 돼. 밖에서 임무를 수행할 때, 무인도에서 한 달 동안 지낸 적도 있어.” “무인도?” 박시율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고생 많이 했겠네.” “괜찮아, 매번 이겨서 돌아가면 집에서 예쁜 마누라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힘이 났어.” 도범은 눈앞의 박시율을 바라보며 5년 동안의 지옥 같은 시련들도 모두 값지다고 생각했다. 5년 동안의 종군 생활은 도범을 날카로운 검으로 만들어줬다. 그리고 지금 그는 날카로운 칼날을 거두고 자신의 여자와 가족들을 보호하면서 지내고 싶었다. 박시율도 도범의 말을 들으니 흐뭇해졌다. 처음에는 오기로 도범과 결혼을 하고 후에는 딸 때문에 이 관계를 놓지 못했다, 그녀는 차마 뱃속의 아이를 지울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도범에게 기대도 좋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우리랑 같은 방에서 자.” 망설이던 박시율이 결국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자기야, 그럼 나 자기 안고 자도 돼” 도범이 기대를 담아 물었다. 눈앞의 여자가 너무나도 착하고 부드러웠기 때문이었다. 맑은 눈동자는 그 속에 풍덩 빠지고 싶게 만들었다. “그건 안돼, 우리랑 같은 방에서 자게 해준 것도 이미 충분하다고 생각해. 아이도 예정에는 없던 일이었으니까, 나는 아직 너를 완전히 받아들일 수 없어.” 박시율이 몸을 돌리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 “오늘은 바닥에서 자, 우리 사이가 조금 더 깊어지면 다시 생각해 볼게. 얼른 가서 씻어, 수아한테 오늘 외식한다고 했으니까 신나서 기다리고 있을 거야.” “알았어, 얼른 씻고 나갈게.” 도범이 흥분한 얼굴로 씻으러 갔다. 하지만 도범이 씻으러 들어간 사이, 나봉희가 박시율의 방으로 들어오더니 냉랭한 얼굴로 물었다. “남는 방도 없는데 도범 어디서 재울 거야?” “저희 방 바닥에서 재울 거예요.” 박시율이 이불을 펴며 말했다. 나봉희는 그 대답이 마음에 든다는 듯 그제야 온화한 얼굴로 말했다. “딸, 절대 그 자식이 너를 건드리게 해서는 안 돼, 알았지? 도범만 아니었다면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살 필요는 없었을 거야. 아무튼 그 20억을 보기 전까지는 네 몸값 떨어뜨리면 안 돼. 남자들은 쉽게 얻은 물건을 아끼지 않는 법이니까.” “어머니, 너무 그렇게 색안경을 끼고 도범을 바라보지 마세요, 도범이 우리한테 잘 해주고 같이 노력한다면 앞으로 점점 좋아질 거예요. 아무튼 저는 도범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한테도 잘해주고 수아한테도 잘해주고 자기 어머니한테도 잘해주니까.”” “돈도 없는데 잘해주면 뭐 하니? 너한테 잘해준다고 우리 가족 전체를 먹여살릴 수 있니, 아니면 좋은 옷을 사 줄 수 있어, 그렇다고 좋은 집에서 살 수 있어? 돈이 많아야 너한테 잘해주는 거야, 말만 잘 할 줄 안다고 좋은 게 아니라고!” 말을 마친 나봉희가 화가 나서 문을 닫고 나왔다. “어쨌든 오늘 도범이 밥을 사 준다고 했으니까 내가 단단히 혼내줄 거야, 그 자식이 우리한테 밥을 사 줄 능력이 안 된다는 거 내가 가르쳐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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