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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송유리는 황이진의 메시지를 보고 다시 팁으로 받은 현찰과 휴대폰 계좌로 입금된 보너스를 확인했다. ‘음... 갑자기 왜 이렇게 찔리지?’ 살짝 마음이 불편해진 그녀는 조심스럽게 메시지를 보냈다. [고 대표님이 팁으로 40만 원을 줬고 매니저님한테서 술 판매 보너스로 200만 원 가까이 받았어요.] 그야말로 자신의 ‘전리품’을 하나도 빠짐없이 고백한 셈이었다. 곧 황이진에게서 답장이 왔다. [잘했어!] 설마 칭찬을 받을 줄은 몰랐던 송유리는 갑작스러운 격려에 조금 민망해졌다. 황이진은 이어서 긴 메시지를 보냈다. [고인성은 정말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돈이 많아. 그러니까 지금 네가 그분의 관심을 받고 있을 때 최대한 많이 ‘뽑아내야’ 해. 지금은 내가 ‘1호 애완동물’이 된 것처럼, 너도 곧 ‘2번 애완동물’이 될지도 몰라... 그러다가 시간이 지나면 ‘3번, 4번, 5번, 6번’이 생기겠지. 지금 안 챙겨두면, 나중엔 더 이상 받을 수 없을지도 모르잖아?] 단순하고도 직설적인 말이었지만, 왠지 설득력이 있었다. 다만 송유리는 ‘뽑아낸다’는 걸 정확하게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몰랐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보면, 고 대표님 앞에서 자주 얼쩡거리면 되는 건가?’ ... 며칠 후, 밤 12시 30분쯤, 비트 타운에 갑자기 소란이 일었다. 검은 양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들이닥쳐 손님들을 내보내기 시작했다. 누군가 비트 타운 전체를 통째로 빌린 모양이었다.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일부는 욕을 하고, 일부는 비트 타운 직원들에게 따지느라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퍼졌다. 그러나 불과 10여 분 만에 비트 타운은 완벽히 조용해졌고 남아 있는 사람은 직원들뿐이었다. 모두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궁금해했다. 송유리는 갈 길을 가다 보안 요원에게 딱 걸렸다. 그 보안요원의 얼굴은 긴장감이 가득했다. “1번 룸으로 빨리 가세요.” “무슨 일이죠?” “긴급한 상황이에요. 상부에서 모든 여성 직원을 1번 룸으로 모으라고 했어요. 대표님께서 누군가를 찾고 계신다더군요. 아마 대표님께서 찾고 계신 분이 큰 실수를 했나 봅니다.” 송유리는 입술을 꼭 깨물었고 불길한 예감이 몰려왔다. 그녀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1번 룸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상상 이상으로 넓었다. 약 50명 정도의 여성 직원들이 있었지만, 전혀 비좁지 않았다. 그들은 다섯 줄로 줄을 맞춰 중앙에 섰다. 주변에는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빽빽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압도적인 무게감이 느껴졌다.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송유리는 마지막 줄에 섰다. 그러나 그녀의 시선은 곧장 룸 중앙의 큰 소파로 향했다. 소파에 앉아있는 사람은 고인성이었다. 여전히 잘생긴 얼굴이었지만, 어딘가 낯설었다. 차갑고도 무표정한 얼굴, 그의 주변에는 음울한 기운이 감돌았고 마치 제왕처럼 자리 잡고 있었다. 그 앞에는 황이진이 있었다. ‘털썩’하고 양털 카펫 위에 주저앉은 그녀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눈물 자국이 남아 있고 초점 없는 눈동자는 너무도 공허해 보였다. 손서우 역시 고인성의 발밑에 엎드린 채 변명을 늘어놓고 있었다. 오늘도 그녀의 뺨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다. “대표님, 저는 그날 황이진 씨가 휴게실에서 몰래 잠을 자는 것만 봤어요.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몰라요. 전 진짜 억울해요! 황이진이 저를 협박하고 돈으로 매수하려 했어요. 저는 전혀 몰랐어요! 모든 건 황이진 씨의 계략이에요. 저랑은 정말 아무 상관 없어요! 대표님, 제발 믿어주세요! 저는 정말 죄가 없어요!” 4억 원의 거래가 고인성에게 들통나면서, 손서우는 곧바로 붙잡혔다. 고인성이 보낸 사람들을 마주한 순간, 손서우는 알아서 술술 다 불었다. 고인성은 그제야 그날 밤 자기를 흔든 여자가 황이진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얼굴에는 짙은 짜증이 스쳤다. 그리고 그는 손서우를 향해 냉정하게 발길질했다. “꺼져!” 곁에 있던 경호원들은 눈치 빠르게 손서우를 제지하여 고인성에게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도록 했다. 비서인 명서원조차 한쪽에 서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표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제 잘못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날 밤의 여자는 이 비트 타운의 직원이었다는 겁니다. 틀림없어요!” 바닷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어려운 일일 수 있겠지만, 고인성에게는 이 오십 명의 여자들 중에서 그 여자를 찾아내는 일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들의 대화를 듣는 송유리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더욱 깊이 숙였다. ‘정말로 나를 찾으러 온 거야?’ 만약 고인성이 그날 밤의 여자가 자신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자신의 운명도 손서우나 황이진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그녀의 머릿속에 며칠 전 들었던 말이 울려 퍼졌다. ‘대표님을 유혹하려던 여자들은 전부 비참하게 끝났어...’ 송유리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 고인성의 차가운 목소리가 방 안을 얼어붙게 했다. “지난주 수요일 밤, 이 방에 들어온 사람은 자진해서 앞으로 나와!” 아무런 설명도 없는 짧은 명령과 그의 차디찬 목소리에 모든 이가 오싹한 한기를 느꼈다. 송유리는 마치 얼음물에 빠진 듯한 기분이었다. 방 안은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고인성은 말없이 구두를 황이진의 가느다란 손가락 위에 올렸다. 순식간에 손가락이 새빨갛게 충혈되었고, 황이진의 얼굴에도 고통이 서렸다. “그날 밤... 누구였어?” “저는... 정말 몰라요. 그날 저는 술에 취해서 잠들었고, 다음 날 사과하려고 찾아갔을 뿐이에요. 그런데 명 비서님이 저한테 돈을 주면서 잘했다고 하셔서... 그만 돈에 눈이 멀어 사실대로 말하지 못하고 돈을 받았어요. 정말 그 사람이 누군지 몰라요...” “네가 부른 사람이 아니었어?” 고인성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발끝에는 점점 더 힘이 들어갔다. “으악!” 황이진은 고통을 억누르며 겨우 신음을 냈다. 그녀의 얼굴은 고통에 일그러졌고 손가락이 부러질 것 같은 절망감에 휩싸였다. “정말 제가 부른 게 아니에요. 저는 그저 돈만 받았을 뿐이에요. 그 사람과는 아무 관계도 없어요. 대표님...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고인성은 천천히 발을 뗐다. 하지만 황이진에게 숨을 고를 틈도 주지 않고 갑자기 몸을 숙여 그녀의 목을 단단히 움켜잡았다. 그녀의 가는 목에 선명하게 남은 그의 손가락 자국은 섬뜩해 보였다. 황이진의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고, 그녀는 두 눈을 크게 뜨고 간신히 숨을 들이마셨다. “대표님... 정말... 몰라요...” “확실해?” “정말... 몰라요...” “좋아.” 고인성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손을 놓았다. 황이진은 마치 물에 빠졌다 건져진 사람처럼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나 그녀가 숨을 돌리기도 전에, 고인성의 차가운 목소리가 방을 울렸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악어 우리에 던져서 먹이로 줘야지.” 방 안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황이진은 거친 숨을 내쉬며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온몸을 떨었다. 두려움에 무릎을 꿇은 그녀의 눈동자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대표님, 제발... 저는 정말 몰라요. 거짓말하지 않았어요. 제발 저를 살려주세요. 제발요!” 그녀의 머리가 바닥에 닿을 때마다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 혼란에 휘말리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동시에 이 상황이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두려워했다. 적막이 가득한 방 안에서 들리는 건 오직 황이진의 애원뿐이었다. 송유리는 자기 입술을 꽉 물었다. 조금만 더 힘을 주면 피가 날 것 같았다. 그녀는 속으로 혼잣말을 되뇌고 있었다. ‘지금은 나서면 안 돼. 조용히 있는 게 최선이야.’ 하지만 눈앞의 광경은 그녀를 위해 따뜻하게 웃어주던 유일한 언니가 무너져가는 모습이었다. 결국 송유리는 두려움에 떨면서도 서서히 손을 들어올렸다. 그 작은 손짓에 방 안의 모든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렸다. 고인성의 눈빛도 그녀를 향했다. “저예요.” 송유리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말을 내뱉자마자, 곧게 선 채 두 눈을 꼭 감았다. 마치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군인이 운명을 받아들이는 듯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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