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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장 뭐가 더 필요해

어릴 때부터 이런 일을 겪어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성시연은 김민기가 이 지경이 되리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분명... 그녀는 그의 친딸이다. 설령 그에게 버림받았다고 해도 피를 나눈 사이인데 그가 어떻게 이렇게 독할 수 있단 말인가. 처음에 김민기가 작은 마을에 가서 그녀를 찾았을 때 그녀의 어머니가 생전에 남긴 그 편지들을 보고 보여준 후회와 눈물은 모두 진실이었다. 만약 그 상황에서 매우 자연스럽게 슬퍼하는 척할 수 있다면 김민기도 너무 무서운 사람일 것이다... 그녀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강찬우의 방문을 두드렸다. 방문이 열리고 그가 그녀를 보았을 때 두 눈이 어두워졌다. 서류를 든 그녀의 손이 떨리고 눈시울이 붉어졌으며 희미하게 눈물이 반짝이고 있었다. “이런 것들... 다 사실이에요?” 그녀는 입을 열어 그에게 물었는데 목소리가 매우 가볍게 느껴졌다. 온몸이 떨려 똑바로 설 수 없는 것 같은 그녀를 바라보며 강찬우는 문에 비스듬히 기대어 잠시 멈칫하다가 입을 열었다. “너한테 알려주지 말아야 했어?” 성시연은 재빨리 손을 들어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알았어요. 고마워요. 전 괜찮아요...” 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강찬우는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 성인의 세계는 이렇게 잔인하고 이런 것들은 성시연이 조만간 직면해야 하는 것이다. 김민기의 잘못은 성시연의 인생에 처음부터 나타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처음부터 나타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분명히 죽을 때까지 서로 만나지 않고 상대방에게 신경 쓰지 않을 수 있는데 말이다. 성시연은 방으로 돌아와 내용을 외울 정도로 그 서류를 반복해서 보았다. 성시연은 어머니가 남긴 사진들을 모두 꺼내 김민기가 있는 부분을 오려내더니 분풀이하듯 갈기갈기 찢었다. 그녀는 가장 웃기고 슬픈 사람이 아니다. 그녀의 어머니야말로 가장 좋은 나이에 이런 인간쓰레기를 만나 죽을 때까지 세상의 단맛을 조금도 맛보지 못했다. 괴로움이 끝난 후에도 그녀는 여전히 진정할 수 없었다. 누워만 있으면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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