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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나는 곧바로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 “일만 잘 준비하면 돼요. 그런 쓸데없는 건 하지 마세요.” “네! 알겠습니다!” 감독이 비굴하게 허리를 숙일 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은이의 이력서는 본 적이 있었다.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아이였다. 작은 동네 출신에서 예술 학교에 진학하고 이렇게 여러 오디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녀의 조건으로 봤을 땐 어울리는 대본이 없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왜 어떤 오디션에도 붙지 못했는지는 눈에 뻔했다. 나는 그런 더러운 수단으로 여자를 더럽히고 싶지는 않았다. 어쩌면 나의 신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 이번 생에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주 많았다. 학교에서의 시간은 아주 빨리 흘러갔고, 한 달 만에 모든 배역의 오디션이 종료되었다. 그리고 나는 엄청난 소식을 듣게 됐다. 임선아가, 임신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염아연이 알려준 소식이었다. 카페 안, 염아연은 마스크를 쓴 채 자신을 단단히 가리고 있었다. “내가 진작에 말해줬었잖아. 왜 선아를 말리지 않은 거야?” 나는 그녀를 쳐다봤다. “날 불러낸 게, 왜 막지 않았냐고 비난하려고 부른 거였어?” 이 카페는 염아연이 예약한 곳이었다. “너 임신이 선아한테 어떤 의미인지 몰라서 그래?” “재벌 가문에는 이런 추문은 절대로 용납하지 않아.” 나는 그녀의 두 눈을 쳐다봤다. “이미 말했던 것 같은데, 나랑 상관없다고.” 내 말을 들은 염아연은 조바심을 냈다.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왜 깊게 생각을 안 해. 강효수,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잖아!” “설령 임선아와 아무런 관계가 없고 싶다고 해도 그렇다면 정식적으로 선을 그어야지.” “임선아가 밖에서 임신을 했지만 모든 가문에서는 두 사람이 어렸을 때부터 약혼을 한 사이라는 걸 다 안다는 생각은 왜 못 하는 거야?” “임씨 가문의 명예에 영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너희 가문에게도 손해야!” 염아연은 빠르게 말을 이어갔다. “너희 두 가문 이번 일로 관계가 깨질지도 모른다고!” 커피를 든 나는 담담하게 한 입 마셨다. “그 점에 대해서는 확실히 생각해 본 적이 없네.” “하지만 염아연, 넌 내가 무슨 경험을 했는지 몰라.” “임선아는 성인이야, 임선아는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해.” “임신 같은 추문도 임선아의 선택이야.” 말을 마친 나는 설탕을 들며 물었다. “추가할래?” 염아연은 화를 내며 팔짱을 꼈다. “너랑은 정말 말이 안 통해. 어떻게 그렇게 느긋할 수가 있어!” “다음 주면 우리 가문 여사님 생신이셔. 너희 가문이랑 임씨 가문 다 와야 할 텐데, 난 이번 일로 생신연을 망치고 싶지 않아!” 그 말을 들은 나는 코웃음을 쳤다. “그럴 리가. 우리 부모님과 임씨 가문 어르신 두 분 다 멍청한 것도 아니고.” “설령 임선아의 일이 폭로가 된다고 해도 생신연에서 싸울 일은 아니야.” 염아연도 원래 재벌 가문 출신이기에 임선아와 사이가 꽤 좋았다. 이전까지 그녀는 나와 임선아는 천생연분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임선아가 그 쓰레기를 사랑하기 전까지 우리 세 사람의 관계는 아주 평화로웠다. 염아연은 머리를 움켜쥐었다. “아! 짜증 나 죽겠어! 너 진짜로 내 말 못 알아들은 거야?” “알아.” 나는 커피를 내려놓으며 그녀와 시선을 마주했다. “염아연, 이 세상에 헤어짐 없는 만남은 없어.” “예전의 나는 확실히 임선아를 진지하게 생각했었지.” “하지만 지금, 정중하게 말하는데 나와 임선아는 이미 아무런 관계도 아니야. 그 약혼이라고 하는 건 어른들 사이의 농담거리였어.” 염아연은 할 말이 남은 듯 입술을 달싹였지만 내 말에 가로막혔다. “그리고 임선아가 설령 아이를 지운다고 해도, 내가 임신을 했던 여자를 만날 것 가아?” 조금 엄숙한 나의 말투에 염아연은 순간 넋을 놓았다. “일찍이 임선아가 그런 선택을 했을 때부터 우리는 아무런 사이가 아니었어.” 말을 마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염아연. 그동안 노력해 줘서 고마워.” “하지만 현실은 이미 이렇게 되어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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