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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장

염씨 가문 여사님의 생신연은 거의 매해마다 열렸지만 올해는 팔순 생신인 탓에 더욱더 규모가 웅장했다. 지역 내의 내로라하는 가문들은 대부분 다 축하하러 참석했다. 우리 가문과 임씨 가문도 당연히 예외는 아니었다. 최근 회사의 일 때문에 오후까지 바삐 돌아친 끝에 나는 겨우 차를 타고 별장으로 향했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자 나를 보는 부모님의 표정이 좋지 못한 것을 발견했다. 그와 함께 좋지 않은 기색의 임씨 가문 어르신 둘도 보였다. “강효수, 얼른 이리로 와!” 어머니가 나를 향해 호통을 치는 바람에 나는 얌전히 가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선아를 때릴 수가 있어?” “짝!” 그대로 나의 고개가 돌아갔다. 나는 피하지 않은 채 얼굴을 움켜쥐고는 자신의 어머니 품에 안겨 있는 임선아를 쳐다봤다. 임선아는 우쭐한 얼굴로 고개를 살짝 들어 나를 쳐다봤다. 나는 속으로 냉소를 흘렸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네.’ 어머니가 나를 때린 것은 사실 임씨 가문에게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었다. 귓가로 어머니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얼른 가서 사과하지 못해!” 그때 임선아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오늘은 염씨 가문 여사님의 생신이잖아요. 우리가 호스트도 아닌데 그런 건 됐어요.” “게다가 효수가 우리 선아한테 얼마나 잘해줬어요. 분명 이유가 있을 거예요.” 말이 끝나자마자 임선아는 대뜸 애교를 부렸다. “엄마! 무슨 소리에요.” “강효수가 나한테 얼마나 나쁘게 대했는지 알아요?” “너 이 녀석, 네가 뭔짓을 했는데, 애가 왜 화냈는지는 왜 얘기 안 해?” 임선아의 어머니는 그래도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 임선아에게 몇 마디 주의를 줬다. 하지만 임선아는 메롱 하며 계속해서 나를 무시했다. 연회는 빠르게 시작했고, 휠체어를 탄 염씨 가문 여사님이 등장했다. 사람들은 축하를 시작했고 분위기도 더없이 뜨거워졌다. 그리고 연회가 끝난 뒤, 임선아는 또다시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사진 한 장을 들고 씩씩대며 염씨 가문 여사님에게로 향했다. “여사님, 이것 좀 봐주세요.” “저 강효수와 어렸을 때 했던 약혼을 취소하고 싶어요.” 여사님이 고개를 들었다. “애야, 이건 장난할 게 못 된다.” “효수가 얼마나 좋은 아이더냐. 책임감도 있고 인물도 훤칠한 아이거늘.” 여사님의 목소리는 인자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여사님은 오늘 밤의 주인공인 탓에 임선아는 성공적으로 모든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 “보세요, 이게 바로 강효수가 한 짓이에요.” 말을 마친 임선아는 사진 한 장을 건넸다. “게다가 이 여자 때문에 절 때리기까지 한 걸요. 전 이런 폭력적인 사람과 결혼할 수 없어요.” 그 말이 끝나자 사람들은 숨을 헉하고 들이켰다. 심지어 몇몇은 수군대기까지 했지. 임선아의 어머니가 호통을 쳤다. “임선아, 얼른 돌아오지 못해? 어쩜 이렇게 철이 없어! 오늘은 여사님 생신이야, 지금 뭐 하는 거야?” “엄마! 엄마가 아무 말 안 하시니까 여사님께 도움을 달라는 건데도 안 돼요?”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또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건지 가늠이 안 됐다. 오늘은 여사님의 생신이라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아 싸우지 않으려는데 왜 이렇게 나를 몰아붙이려는 걸까? 나는 다가가 사진을 확인했다. 사진은 바로 오은이가 카메라 테스트를 받는 광경이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는 나의 모습과 카메라 각도 탓에 오은이는 나의 탐에 안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에 분노를 참지 못했다. “임선아, 이런 도발 재밌어?” 임선아는 일부러 허세를 부리며 그대로 사진을 나의 얼굴로 내던졌다. “이걸 도발이라고 생각해?” “여사님, 여사님이 결판 내주세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저와 강효수의 약혼을 취소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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