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장
마른 체구의 강다인은 평온한 표정으로 제자리에 서 있었다.
“그래!”
“좋아, 그렇다는 거지!”
강별은 갑자기 김지우의 링거를 빼버리고 그녀를 안아 들었다.
“가자. 여기서 치료받을 필요 없어.”
김지우는 강별의 목에 팔을 두른 채 속으로 살짝 뿌듯해했다.
강별은 문가로 걸어가 밖을 내다봤는데 여전히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우산은 작았다.
그는 강다인의 큰 우산을 힐끔 보더니 뻔뻔하게 말했다.
“그거 나 줘. 넌 작은 우산 써도 되잖아.”
강다인은 그 말이 우스워서 코웃음을 쳤다.
“내가 왜 그래야 해?”
“지우가 너 때문에 아픈 거니까 네가 양보하는 게 당연하지.”
그러자 옆에 있던 이석훈은 굳은 표정으로 강별이 넘긴 작은 우산을 발로 밟아 부숴버렸다.
그리고 냉랭하게 말했다.
“다인 학생이 그쪽을 오빠로 인정할 때나 그런 요구를 할 자격이 있었겠죠.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그쪽은 대체 뭘 믿고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죠?”
강별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강다인, 꼭 이렇게까지 해서 다들 불편하게 해야겠어? 너 남자 선생님이랑 엮여서 집안을 다 뒤집어놓고 싶냐?”
강다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큰 우산을 들고 강별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단호한 눈빛으로 우산을 펼쳐 비가 실내로 들이치는 것을 막으며 강별 앞에 섰다.
강별은 여전히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정신 차려. 이 선생님은 인품이 엉망인 사람이라고! 분명 너한테 나쁜 마음 먹고 있는 거라니까!”
그러나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다인은 손을 들고 강별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강별은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만약 얼굴의 통증이 아니었다면 그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줄 알았을 것이다. 김지우를 안고 있어 피할 수도 없었지만 설마 강다인이 정말로 때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김지우는 깜짝 놀라 다급히 말했다.
“다인 언니! 왜 별이 오빠를 때려? 우산 안 바꿔주는 건 그렇다 쳐도 손찌검까지 하다니... 악!”
김지우가 말을 마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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