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장
박시훈이 감정을 삼키듯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손이 덜덜 떨렸고 눈동자엔 후회와 고통이 가득했다. 그녀를 붙잡는 목소리가 형편없이 갈라져 나왔다.
서윤아가 박시훈 앞에 있는 테이블에 상자를 올려놓고 천천히 열었다. 그 안에는 과거 박시훈이 그녀에게 선물한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박시훈은 그 물건들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 이걸 아직도 갖고 있었어?”
서윤아는 고개를 숙여 편지 한 장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마치 회상하듯 그 안의 내용을 바라보았다.
글을 읽는 그녀의 표정은 담담했다. 박시훈은 이때 그녀에게서 예전의 그 도도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20살의 서윤아가 보였다.
“예전에 내가 물어봤을 때, 오빠가 그랬지.”
‘첫눈에 반하지 않으면 그건 인연이 아닌 거야.’
“그때 묻고 싶은 게 하나 더 있었어. 그 말대로면, 전에 만났던 여자들은 결국 첫눈에 반한 게 아니어서 헤어진 거야?”
그렇게 말하며 서윤아가 고개를 들어 박시훈을 바라봤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서윤아는 평소 다정하던 눈동자에 두려움이 스쳐 지나가는 걸 봤다. 그 불안감은 순식간에 다시 깊숙이 숨어들었다.
“그랬지. 하지만 넌 달랐어. 너만은 특별했어.”
특별?
서윤아가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 사이엔 침묵이 내려앉았고, 그 침묵은 칼날이 되어 박시훈을 옥죄어 오며 언제든 그를 산산조각 낼 것처럼 위태로웠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박시훈을 그 어느 때보다도 무력하게 만들었다.
생각해 보면 박시훈의 말도 맞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첫인상은 꽤 중요했고,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도 보이진 않지만 있을 것도 같았다.
박시훈은 아마도 그와 서윤아 사이에 그런 힘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서윤아 특유의 서늘함과 도도함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고, 쉽게 속내를 보이지 않는 그녀는 그를 안달 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박시훈은 이제 서윤아의 모든 걸 알고 있고,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조급함은 사라졌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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