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그의 말투 속에 담긴 오만함은 거의 공기 속에 냉담한 요소들을 퍼뜨릴 만큼이었다.
백아린은 눈을 쳐들고 상대를 응시할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우아한 매력이 있었다.
“저는 그저 저의 남편을 본받았을 뿐입니다. 박서준 씨.”
그녀는 조금도 약하게 굴지 않았고 감정을 담긴 눈에서는 지금 활기가 차넘쳤다.
박서준은 좌절했다. 오랫동안 스캔들에 휩싸인 기혼자로서 그는 ‘불륜’으로 문제 삼아 백아린을 저격할 자격은 없다.
하지만 그 역시 이유가 있었다. 그런 스캔들은 모두 그가 백아린에게 이혼을 강요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백아린이 어떻게…
“상대의 정체는 뭐야?”
박서준이 느닷없이 입을 열었다.
“내가 아는 사람이야? 그럴 리가 없지. 아무래도 그는 그저 가정주부의 외도 상대일 뿐인데.”
“무슨 일하고 있어? 기사, 편의점 종업원 아니면 방학에 별장 주변의 풀밭에서 캠프하는 대학생, 쯧!”
박서준은 어떤 단서를 잡힌 듯했다. 그는 눈을 내리고 여전히 심플하게 차려입고 매력적인 무언가를 내뿜는 백아린을 훑어보았다.
“당신 역신 사람을 현혹시키는 외모를 가지고 있어.”
백아린은 그의 말에 좋은 의도가 담기지 않은 탐색과 숨김없는 악의에 오히려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꼬는 말투로 말했다.
“내 원 나잇 파트너를 추측하는 것이 박서준 씨께는 성취감을 가져다 주나요?”
“자기 신분보다 못하다는 것을 발견하면, 이 여자는 역시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 잘 어울린다고 감탄이라도 하나요?”
“아니면 자기보다 잘난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세상에 이리 우수한 남자도 가정주부랑 호텔에 가는 것에 분하나요?”
박서준의 눈빛은 더욱 어두워졌다.
백아린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둘 생각이 없는 듯했다. 그녀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박서준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중요하지 않아, 어차피 결국에는 당신이 가진 적이 없던 와이프가 다른 사람과 잤다는 거야.”
그녀의 따뜻한 숨결이 박서준의 귀에 닿으면서, 여자의 향기와 그녀가 내뿜은 차가운 향기가 어우러지면서 박서준의 코끝을 맴돌았다. 이에 그는 무의식적으로 어금니를 악물었다.
백아린은 계속해서 함부로 무모하게 검지손가락을 내밀어, 박서준의 목적부터 그의 옷깃까지 쓸어내리면서 그의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에리 쪽의 단추를 열었다.
“조금 아쉽기는 하네. 당신 여러모로 조건이 좋은데, 한 번 해보기도 전에 전남편으로 되었네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더 많이 만나보면 리뷰라도 내릴 수 있을 텐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백아린의 가는 허리는 힘 있는 손에 휘감은 채, 곧바로 뒤에 있는 책상에 앉히게 되었다!
소리를 지르기도 전에 그의 코끝과 마주하고 서로의 숨을 맡으면서, 박서준의 입술은 백아린과 몇 센치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해볼래, 우리가 아직도 법적으로 허락하는 사이에.”
백아린은 본능적으로 한 손으로 박서준의 가슴에 대더니, 밀치는 힘이 너무 약해서 뜻밖에 밀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희미한 떨림이 있었지만 음질은 여전히 평소와 다름없이 차가웠다.
“아니, 난 아무 데서나 가리지 않고 발정하는 습관이 없어.”
박서준은 좀처럼 그녀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고 심지어 흥미롭게 한 층더 가까이 다가가더니, 백아린의 코끝과 닿으면서 말할 때마다 입술이 거의 닿는 듯했다.
“말 싸움으로 당신의 가엾은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봐.”
그는 한 손으로 백아린의 다리를 들어 올리더니 몸 아래 사람의 당황함을 쉽게 느낄 수 있었다.
박서준의 입꼬리는 자연적으로 의미심장하게 올렸다. 역시 경험이 없어.
그저 내숭 떠는 척만 했을 뿐, 조금만 밀어붙이면 순간 무너져--
다음 순간 백아린은 갑작스럽게 박서준의 목을 두 손으로 감쌌다.
이 동작은 거의 치명적이었다.
박서준은 순간 경직되더니, 마음은 눈앞에 과거에 자기가 전혀 관심 없던 여자의 행동과 함께 걷잡을 수 없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박서준이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본 백아린은 차라리 두 손을 떼고 책상 위에 온순하게 누웠다.
풀어헤친 검은 머리카락은 탁자 위에 펼쳐져 해조처럼 보였고, 그녀가 누운 동작은 요염한 모습을 띄며 마치 심해에서 선원을 유혹하는 바다요정처럼, 모든 동작에서는 사람을 현혹하게 만드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녀는 발목으로 박서준의 허리 옆라인을 툭툭 치더디 나른한 말투로 말했다.
“모임이 시작될 때까지 아직 30분 남았는데, 당신의 실력으로 늦지는 않겠지?”
박서준은 재빠르게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 이곳마저도 정교하게 태어나서 손이 닿는 순간 부드럽고 매끈한 옥과 비슷해서 한 순간 그를 혼란하게 만들었다.
그는 목이 메었다.
“이것이 당신이 남자를 꼬시는 수단이야?”
백아린은 대답하지 않았고, 오히려 박서준이 이 묘한 묵인한 분위기에서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 조금 답답해하며 백아린의 발목을 뿌리쳤다.
순간 힘조절을 잘못해서 백아린의 발목을 책상 가장자리레 세게 부딪히게 하였다. 백아린은 아파서 곧바로 ‘쓱’하고 소리 냈다.
그녀는 한 손으로 책상을 짚고 다른 한 손으로 천천히 만져 보았다. 반쯤 몸을 숙이고 발목을 가볍게 주무르는 그녀의 간단한 동작조차, 마치 경매장에 내놓은 유화처럼 보였다.
백아린은 반쯤 눈을 들로 앙탈스럽게 박서준을 노려보았다.
“화난 거야?”
박서준의 안색이 채 변하기도 전에 백아린의 꾀꼬리의 울음소리처럼 아름다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남자 꼬실 필요가 있어? 손가락만 까딱하면 오는데. 당신이 내 전남편인 것을 가만해서 상을 내렸을 뿐이야.”
박서준의 표정은 차갑고, 그의 깊이를 알 수 없는 두 눈동자는 여러번 변하더니 더욱 깊어졌다.
그는 아무런 동작이 없었고, 두 사람은 여전히 백아린은 반쯤 뒤로 몸을 젖혀 있고 박서준은 그녀의 위에 몸을 구부린 채 그녀의 허리를 잡고 있는 손은 아직도 그녀에게서 떨어지지 않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백아린은 오히려 조금 귀찮았는지 차라리 두 손을 몸 뒤에 받치고서는 가볍게 턱을 들어 올렸다.
“박서준, 실력이 안 되면 바로 말해.”
“평소에 여자랑 호텔가도 쓸데없는 말하기를 좋아해?”
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면 눈빛에는 온통 도발적인 기세를 보였고, 겉으로는 제압된 듯한 자세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한참 동안 박서준이 아무런 동작을 하지 않은 것을 본 백아린은 한 손으로 등 뒤를 지지하고 몸을 일으키려고 하고, 다른 한 손으로는 박서준의 어깨를 밀치면서 그를 일어서게끔 했다.
“하고 싶지 않으면 비켜…”
“어젯밤.”
박서준의 얇은 입술이 갑자기 움직였다.
“시카고 VIP 룸에 있었던 여자는 당신이었어.”
질술문이었고 말투마저도 자신만만하면서 확고했다.
백아린은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담담하게 박서준과 마주 보았다. 그녀는 부드럽고 애틋한 분위기 속에서 피식 웃었다
그러고 나서 빨간 입술을 움직였다.
“아, 잘 숨긴 줄 알았는데 들켜버렸네?”
박서준의 표정이 일변하더니, 그의 심장은 심하게 두근거렸고 그로 인해 그는 약간 과민해졌다.
그와 하룻밤을 즐기다가 그가 깨어나기 전에 도망친 사람이 정말로 그녀인가…
“하영이가 나한테 내 취향인 사람을 불러주었어…”
갑작스러운 말이 순간 박서준의 머릿속에서 떠오르던 지난밤의 정취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들었다.
여자의 아름다운 눈에서는 온통 애틋한 정취가 흘렀다.
“듣기로는 시카고에서는 레이싱 경기가 있다고 하던데, 그 자극적이고 떠들썩한 환경속에서 더 느낌이 있는 것 같아!”
곧바로 그녀의 가느다란 목덜미가 박서준에 의해 꽉 잡혔다!
남자는 꾹꾹 눌러 참았던 눈빛에는 끝내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이를 악물며 차갑게 말했다.
“백아린, 왜 예전에는 당신이란 사람이 이렇게 방탕한 여자라는 것을 못 알아봤을까?”
“도대체 나 몰래 얼마나 많은 남자를 만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