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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장

오랜 침묵이 서재를 맴돌더니 백아린조차도 견디다 못해 스스로 말을 꺼내어 이 조밀하고 숨 막히는 분위기를 깨려고 했다. “할아버지, 이 결혼 처음부터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텐데요.” 박서준이 먼저 말을 꺼내 침묵을 깨트렸다. 그는 태연스럽게 말했다. “제가 생각하기에, 저한테는 이 재미없고 의미없는 결혼을 끝낼 권리가 있다고 봅니다.” 박진철은 피식 웃으며 차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면서, 마치 애송이가 무슨 터무니없는 농담을 하는 것을 들은 것 같았다. “넌 박씨 가문의 사람이라, 결혼은 너한테 애초부터 무슨 흥미가 있는 일이 아니었다. 넌 어릴 때부터 똑똑했으니, 이 할배는 네가 이 도리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백아린이 무심코 흘겨보는 눈빛 사이로 박서준의 턱이 급격히 조여들었다. 그러고 나서 긴장을 풀고 태도는 전에 제멋대로 이면서 냉담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어차피 의미가 없으니, 할아버지께서 시작하는 권리가 있듯이 저에게도 끝내 권리도 있어요.” 박진철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이 두 조손의 지속적이고 끊임없는 대화에서 흘러나오는 차가운 기운은 방 안을 거의 살얼음장으로 만들 뻔했다. 결국 백아린은 스스로 이 난감한 상황을 깨기로 마음먹었다. “할아버지!” 백아린은 박진철이 바라보는 시선을 마주하고 미안한 듯 미소를 지었다. “박서준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가 않아요. 어차피 지금 이혼하고 싶은 사람은 저에요.” 박진철은 멍해지더니 순간 반응이 없었다. 그는 당연히 이 결혼에 문제가 생긴 것은, 무조건 그의 거칠고 고집이 센 손자가 자기의 타고난 출신을 믿고 미천한 집안의 백아린을 마음에 들지 않은 것으로 여기고 있었다. 게다가 하나는 사교계에서 활동하는 바람둥이 이자 기업가이고, 다른 하나는 주방과 거실에 갇힌 가정주부였다 누가 열세에 놓여 있는지는 한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박진철은 본능적으로 백아린을 위로했다. “너 이 자식을 위해 변명할…” “아니에요, 할아버지. 정말로 죄송해요, 제가 사실대로 말씀을 드릴게요--” 백아린은 긴 숨을 내쉬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모두 정말로 좋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박서준은 정말로 지루하고 재미가 없어요. 그가 집에 없을 때 저는 살아있는 과부나 다름이 없었고, 그가 집에 있을 때 저는 산송장 같아서 어는 상황이 더 낳을지 평하기 어려워요.” 박서준의 안색이 돌연 변하더니 급히 고개를 돌려 백아린을 바라보았다. 이를 악문 어금니가 그의 옆 볼에 거의 형태를 드러냈다. “물론, 이 모든 상황은 다 괜찮아요. 그저 한 가지에서만…” 백아린은 잠시 수줍어했다. “할아버지께서 보기에도 제가 나이가 적지 않은 데다 아이를 매우 좋아해요. 결국에는 제가 결혼생활을 수년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아무래도 마음속으로 생각이 많아서…”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속에 담긴 뜻은 순간 박진철을 명백하게 했다. 순간 박서준을 조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박서준은 문득 어이가 없고 화가 났다. 그는 할아버지 앞에서 결혼생활이 이렇게나 오래 지났는데도 백아린과 부부의 생활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말할 수가 없었다. 지금 말하면 내일 쯤이면 할아버지한테 아프리카로 압송되어 사자의 먹잇감으로 될 수 있다. 게다기 백아린이 이렇게 은밀하게 말했으니, 밝히자니 어색하기도 하고 설명하기도 어렵고, 안 밝히자니 어쩔 수 없이 당하기만 했어야 했다… 그는 이를 꽉 악물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백아린을 바라보며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 “어째서 내가 너 아이를 가지고 싶어 하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거지?” 백아린은 큰 눈을 깜빡이며 무고하다는 듯 말했다. “아니, 네가 그렇게 됐는데 나도 말하기가 곤란하고, 사람을 너무 난처하게…” 자기가 어떻게 됐다고? 자기가 어땠는데?!!! 박서준은 순간 혈압과 혈전이 동시에 상승하더니 그의 관자놀이가 욱신거리고 아픈 것을 느끼게 되었다. 오히려 박진철이 한 동안 안절부절못했다. 그는 원래 손자의 결혼대사를 해결해서 마누라가 귀국할 때 기분은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결국 손자의 은밀한 사생활을 갑자기 들켜버린 셈이 되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어색한 헛기침을 하면서 의자 손잡이를 잡고 일어나서, 빠른 걸음으로 방 문으로 향하면서 고개를 돌려 두 사람에게 당부했다. “나 내려가서 음식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러 갈 테니, 너희 부부는 무슨 오해가 있으면 풀고 내려와. 서두르지 않아도 돼.” 서재의 문이 열리면서 곧바로 닫혔다. 박서준은 홱 돌아서서 백아린은 향해 질문했다. “너 방금…” ‘달칵’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반쯤 열리더니 박지철의 알 수 없는 표정의 얼굴이 드러났다. “서준아, 할아버지 친구가 요 이틀에 집에 와서 술 마시러 온다고 하니, 그때 너도 같이 참석해. 그 사람 경력이 많은 한의사라…” 결국 하려던 말을 다 하지 못하고 서재의 문이 다시 닫혔다. 박서준의 분노는 이미 실체화되어 백아린을 향해 어금니를 깨물며 한 글자 한 글자씩 내뱉었다. “너 할아버지 앞에서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그 돈으로는 당신의 입을 막을 수 없는 거야?” 백아린은 처음에는 박서준을 불쾌하게 만들어서 기쁘던 찰나, 갑자기 그의 말을 듣고는 마치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을 받아서 웃음이 담긴 눈빛도 어두워졌다. 그녀는 담담하게 고개를 들어 박서준을 향해 냉소를 지었다. “박서준, 당신은 내가 할아버지 앞에서 당신이 불륜을 저지른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것에 고마워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혼 서류에 사인도 안 했는데, 그쪽에서는 기다리다 못해 전 여친을 데리고 호텔에 가다니.” “내가 보기에는 당신은 그 한의사분께서 오시면 한 번 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무슨 병이라도 걸렸는데도 모르지 말고!” 그녀는 눈을 희번덕거리면서 박서준과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것 조차 짜증이 났다. 그녀는 즉시 발걸음을 서둘러 문 쪽으로 가려고 했지만, 머리에 기름을 뿌린 듯 화난 박서준은 더욱 분노하여 백아린의 팔을 잡아당기고는 목소리에 경고가 담겼다. “말 똑바로 해. 다시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헛소리 하기만 해봐…” 백아린은 애초부터 그와 따지기 싫어서 필사적으로 그의 손아귀에서 손을 빼려고 했다. 하지만 박서준의 힘에 백아린이 어찌 상대할 수가 있을까? 두 사람이 서로 당기자 ‘쓰윽’하고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에리까지 단 몇 개의 단추가 튕겨 나가더니 하얀 살결을 드러낸 가슴에는 온통 새빨갛고 푸른 자국으로 가득했다. 야릇한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이 뜨거워질 정도였다. 박서준은 순간 눈빛이 위험해지더니 목소리에도 경고가 담겼다. “이건 뭐야? 키스마크야?” 백아린은 본능적으로 옷깃을 잡아당겨서 몸에 있던 야릇한 빨간 자국을 덮으려고 했지만, 두 사람 힘의 차이가 워낙 컸고 박서준 또한 끝까지 캐묻겠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차라리 가슴의 하얀 피부를 드러내고 그 자국들을 공간에 그대로 드러나게 했다. “보시다시피…” 박서준의 안색이 순간 나빠졌다. “누가 그런 거야?” 백아린은 피식하고 웃었다. “누가 원 나잇 상대에 대해 신경을 써?” 그녀는 어깨를 들썩 올렸다. “설마, 당신은 잤던 모든 여자들한테 전부 연락처를 주고받는 거야?” 박서준은 순간 말문이 막히면서 무심코 답했다. “나 그런 적 없어…” 그는 돌연히 말을 멈추고 음흉하게 백아린을 노려보았다. “말 돌리지 마, 어제 우리가 방금 이혼 서류에 사인했고 아직 이혼이 확실히 성사되지 않는 전제하에, 우린 여전히 법적으로는 부부야.” “너 혼인 중에 불륜을 저질렀어, 백아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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