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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장

박대천의 표정이 멍해지더니 박서준이 이때 돌아올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박서준은 박대천을 지나쳐 할아버지의 침대 앞으로 걸어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할아버지, 깨어나셨군요.” “응.” 박진철은 기침을 두어 번 하고 나서야 안색이 조금 맑아졌다. “아린이가 나를 보러 왔는데, 그들은 이렇게 말이 많네. 이제 이 집안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누구지!” “너희들이 이 집에 와서 내 주인이 되고 싶다면, 내가 죽고 나서야 가능한 일이야.” 박대천의 표정이 순간 변했다. “아버지, 제 뜻은 그런 게 아니고...” 박서준은 박진철에게 몇 마디로 진정시키고 나서, 뒤돌아서 차가운 눈빛으로 문가에 서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할아버지가 말씀하시는데, 아직도 안 나가실 겁니까?” … 마음이 내키지 않았지만, 박대천은 강문숙을 데리고 의기소침하게 떠날 수밖에 없었다. 방 안이 조용해졌다. 박서준은 참을성 있게 의자를 당겨 앉았다. “할아버지, 어디 불편한 데는 없으세요? 제가 고한빈을 부를까요?” 박진철은 허약하게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내 몸 상태는 내가 잘 알아. 고질병이니, 그를 불러도 마찬가지야.” “아린이가 와준 덕분에 내 상태가 많이 좋아졌어.” 할아버지가 맞은편에 앉아 있는 백아린을 언급하자, 박서준은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려고 하자 망설이기도 했다. “고마워할 필요 없어.” 백아린은 눈을 내리깔며 박진철을 돌보았다. “할아버지는 이전부터 늘 나를 잘 챙겨주셨으니, 내가 와서 할아버지를 돌보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박진철은 한숨을 쉬며 백아린의 손을 잡았다. “아린아, 나랑 네 할머니는 특히 너를 좋아했어.” “하지만… 지금 봐서는, 이 결혼을 주선한 것은 나랑 네 할머니의 잘못이었구나.” “만약 할머니의 임종 유언이 아니었더라면, 너도 우리 박씨 집안에 갇히지 않았을 텐데.” 백아린은 미소를 지으며 박진철의 손을 가볍게 두드렸다. “할아버지, 어떻게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탓할 수 있겠어요. 결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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