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장
”너도 후회할 때가 있어?”
권호성은 고소해하며 몇 마디 더 하려고 했지만, 전화 건너편에서 바로 통화 중 신호음이 들려왔고, 박서준이 통화를 끊어버렸다.
“굳이 그렇게 쩨쩨하게 굴 필요는 없잖아…”
권호성은 휴대전화를 한 번 쳐다보았다. 그는 전화가 끊기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무언가를 떠올리더니 웃기 시작했다.
“박서준아 박서준, 너도 이날이 있구나.”
전화를 끊고 박서준은 지끈거리는 이마를 문지르고는 자기도 모르게 일어서서 휴게실로 향했다.
휴게실 밖에서 강영욱은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박서준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얼른 다가갔다.
“대표님, 백아린 씨께서 가셨습니다.”
말을 들은 박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누가 너더러 그 사람을 보내래.”
강영욱은 소름이 돋으며, 즉시 설명하기 시작했다.
“제가 백아리 씨에게 식사를 주문해드리려고 했지만, 백아린 씨는 방금 전에 대표님 사무실에서 식사를 했다고, 약을 먹고 나서는 가겠다고 고집했습니다.”
“저는 백아린 씨의 고집을 이길 수가 없었지만, 대표님께서 안심하십시오. 방금 전에 제가 백아린 씨를 내려보내고, 그녀가 안전하게 차를 타고 떠나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돌아왔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박서준은 눈살을 찌푸리고 휴대전화를 꺼내 백아린에게 문자를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마지막으로 보낸 메시지를 보고는 눈을 내리깔고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비로소 말했다.
“리조트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팀에게 2시에 회외실로 와서 회의를 진행한다고 전해.”
“네, 대표님.”
백아린은 작업실로 돌아가지 않고 곧바로 운전해서 집으로 향했다. 감기약이 효과를 발휘하여 그녀는 약간 몽롱한 상태로 침실에 돌아와 잠들었다.
오후까지 잠들었고, 서하영의 전화가 그녀를 잠에서 깨웠다.
전화를 받고, 백아린의 목소리는 조금 쉬었다.
“서영아, 무슨 일이야.”
“약은 먹었어? 저녁에 뭘 먹고 싶어? 돌아가서 만들어 줄게.”
백아린은 몸을 뒤척이며 침대에 웅크리고 나른하게 말했다.
“난 다 괜찮아.”
“알았어, 내가 돌아가서 와인을 좀 끓여줄게. 감기에 좋아.”
전화를 끊고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서하영은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그녀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은 바로 백아린의 이마를 짚어보는 것이었다.
“열이 내려서 다행이네.”
밥을 먹을 때, 서하영은 기운이 없는 백아린을 보며 물었다.
“왜 그래, 내가 돌아오기 전에도 기운이 없던데, 아직도 어디가 불편해?’
“아니.”
백아린은 그릇을 들고 먹으면서도 마음은 딴 곳에 가 있었다. 오늘 박서주의 앞에서 미친 짓을 저지를 생각을 하면, 당장이라도 어디로 숨고 싶었다!
“아!”
백아린은 손에 들고 있던 그릇을 벌컥 내려놓더니, 조금 안절부절못했다.
서하영은 밥을 먹으면서 고개를 돌려 백아린의 초조한 모습을 보았다.
“너 분명 나한테 숨기는 것이 있어. 도대체 뭔 데? 오늘 두성 그룹과의 협상이 잘 안 되어서 그가 너를 곤란하게 했어?”
“그건 아니고…”
말을 마음속에 담아두면 언젠가는 미쳐버릴 것 같아서, 백아린은 오늘 일어난 일을 모두 서하영에게 털어놓았다.
서하영은 손을 들어 자기의 뺨을 가볍게 툭툭 치고는 의심스럽게 백아린을 바라보았다.
“그가 너한테 잘 보여서 이혼하지 않으려고 하는 거 아니야?”
“그럴 리가!”
백아린을 곧바로 서하영의 추측을 부정했다.
“이혼은 그가 예전부터 여러 번 말했어. 애초부터 나를 좋아하지 않았고, 이번에 내가 이혼에 동의했으니까 속으로 기뻐하고 있을 거야!”
“그 사랑 이혼을 원하지 않을 리가 없어. 네가 생각이 많아서 그런 거야. 내 생각에 그 사람은 단순히 머리가 이상해졌거나, 아니면 심심해서 나 가지고 장난을 치는 거야!”
서하영의 이 관점에 동의하지 않았지만, 입을 벌리고는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다.